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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소금융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실행되던 것을 우리나라상황에 맞춰 접목하고 있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제도가 방글라데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제도 미발달로 인한 자금조달을 할 수 없어 사업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계층이 많았고, 또 책임감과 성실성을 가진 여성이 주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이 제도가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저개발국이 아니므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 제도의 목적은 자활사업이므로 자선사업 위주의 운영은 안되며, 외국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책임성 제고와 교육·컨설팅 제공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
최근에 미소금융제도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영어의 마이크로 크레딧을 어감이 좋도록 번역한 이 제도는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작하여 실행되던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접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제도권 금융시스템의 지원을 받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서민 내지 빈민들에게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자립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제도이다.
이 제도의 시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Yunus 교수가 1976년 방글라데시에서 시작한 그라민 은행이다. 현재 방글라데시에서는 794만 명(여성이 97%)에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560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중남미와 인도 등으로 확산이 되었고 UN은 2005년을 '세계 마이크로 크레딧의 해’ 로 선포하여 이 제도를 확산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우리의 미소금융제도와 저개발국 '그라민 은행’의 차이점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친서민 중도실용을 표방하는 현 정부가 이를 주도하면서 민간이 이에 동참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 크레딧이 시작된 것은 대략 2000년 근처로 보면 된다. 신나는 조합, 사회연대은행 등이 주축이 되어 민간기부금으로 이러한 사업을 시작하여 약 30여개의 기관이 이를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2008년 3월 휴면예금을 기반으로 한 소액서민금융재단이 설립되면서 서민소액대출의 재정지원이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2008년 현재 6,800여명에 대해 470억 원 정도가 지원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의 잠재적 고객으로 간주되는 계층은 개인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의 계층이다. 이는 기존 금융기관에서 정상적인 금융서비스를 받기 힘든 계층인바 이 등급에 해당하는 계층의 숫자를 좀 더 자세히 보면 2007년 말 766만 6천 명에서 2008년 말 816만 천 명으로 1년 사이에 50여만 명이 늘어났다.
현재 미소금융제도는 민간차원에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일환으로 이를 장려하여 시행하기 시작하였고 향후 10년간 약 2조원 규모로 이를 확대하여 운영하면서 취급 법인을 200개 내기 300개까지 늘여갈 것으로 보인다. 대출대상은 영세사업자 전통시장상인 프랜차이즈 창업자 등이며, 금리는 연 4.5% 대출한도는 무등록 사업자, 등록 사업자, 창업자 등으로 세분화되어 각각 한도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이 제도는 엄격하게 집행되고 있는데,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여야 하며, 보유재산이 8,5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소위 신용불량자 즉 금융채무불이행자는 제외된다. 창업자금의 경우 50%가 준비가 되어있어야 나머지 50%를 지원하는 소위 '매칭펀드’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사실 이 제도가 저개발국에서 시작된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저개발국의 경우 금융제도 자체가 잘 정립이 되어있지 못한 상태에서 나름대로 능력이 있는 잠재적 계층조차도 자금조달의 기회를 아예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계층에게 약간의 자금지원은 펌프질을 할 때 처음 부어서 펌프물이 잘 나오도록 하는 '마중 물’의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저개발국의 경우 상대적인 저개발로 인해 작은 사업기회가 의외로 많을 가능성이 높고 저개발로 인한 저물가로 인해 작은 돈이라도 구매력은 상당해서 간단한 자영업을 시작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자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이 제도의 발상지인 방글라데시에서 주로 여성에게 지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개발국의 기혼여성의 경우 자녀양육 등에 대한 책임감과 성실성이 존재하므로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가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클 수 있다.
미소금융제도,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저개발국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을 넘보고 있다. 그리고 경제가 선진국에 진입할수록 사업기회는 점점 포화상태로 가면서 신규사업을 시작하기는 대단히 어려워진다.
또한 시작은 하더라고 사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더 어려운 측면도 있다. 미소금융지원의 여러 가지 분야 중에서 '무등록사업자대출부문’이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계층에 대해서는 500만원 까지 신용대출이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500만원을 가지고 창업을 할 수 있는 대상이 과연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다. 노점이나 포장마차를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요즘 밤거리에 포장마차는 포화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포장마차나 노점상은 세금을 내지 않고 영업을 하는 계층인데 이러한 계층을 정부가 주도하여 양산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이 되는 프랜차이즈 창업자금 및 창업임차보증금 대출의 경우 사업등록증이 있어야 하고 창업자금의 50%가 미리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업비용이 총 5,000만원이라면 2,500만원은 미리 준비해 놓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미소금융 신청자의 60% 정도가 이러한 창업자금을 원하는 계층이므로 '50%룰’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제도는 자선이 아닌 자활사업이므로 이 제도가 빈곤층에 대한 현금지원을 하자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운영해가려면 대출 받은 사람이 돈을 제대로 갚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대출상환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이를 공돈처럼 여기면서 일단 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장벽을 만들어서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활능력이 있는 계층은 이미 기존금융기관과 거래가 가능한 계층인 셈이고 자활능력이 없는 계층은 거꾸로 이 제도 하에서마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개의 극단에서 어디를 취하여 제도를 운영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고민스런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능력면에서도 소규모창업을 하여 이를 지속시킬 만한 능력이 있는 계층은 이미 이에 성공하여 사업을 잘 영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사업에 이미 실패하였거나 혹은 실패할 가능성이 큰 서민들이 이러한 자금지원을 받는 다고 할 때 성공의 가능성이 낮은 부분도 문제가 된다. 결국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능력이나 외부조건이 열악하여 사업성공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소액대출이 제 기능을 발휘할지 의심스런 측면도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 내에서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운영이 되어야 할 여지가 다분하다.
외국 성공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
실제로 다른 선진국의 예를 보면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금과 함께 교육과 컨설팅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기회가 많고 물가가 낮아 소액자금의 구매력이 높은 저개발국이 아닌 경우 사업성공을 위해서는 자금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요소가 갖추어져야 하므로 선진국의 경우에 부대적인 조건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점이 이미 확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잘 감안하여 시민단체 혹은 비영리사단법인 등과 제휴를 하여 마이크로 크레딧의 수혜를 받는 계층에 대해 다양한 부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가 민방위 훈련 식의 형식적 교육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강구해 나가야 한다.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닌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등장하거나 복귀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면이 잘 참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둔 풀뿌리 시민단체와의 연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보이는 바 이러한 고리를 잘 만들수록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미국의 경우 시티은행이나 BOA같은 유수한 제도권 은행도 마이크로 크레딧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들은 멕시코 같은 신흥시장국의 마이크로 크레딧 분야에 진출하여 이윤과 함께 브랜드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향후 동남아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가진 우리나라 은행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부분이다.
세계적인 예를 볼 때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가 주로 여성들에게 제공이 되고 있는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 MIX(Microfinance Institution Exchange)의 자료를 보면 2008년 현재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의 수혜자중 67%가 여성인데 이는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업규모가 작으면서 지속적으로 알차게 수익을 올리는 업종은 주로 요식업종에 분포되어 있고 이런 면에서 기혼여성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이들은 자녀양육을 병행하면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이 이를 영위하는 것이 바람직한 부분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소금융제도가 자금 대출 뿐 아니라 경영컨설팅까지 해 준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바 이 부분에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나의 제도가 시행되어 정착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 제도는 우리 경제 내에서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되기 시작한 셈이다. 이 제도가 금융소외계층의 목마름을 적실 수 있는 샘물 같은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저자소개: 윤창현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파생금융상품론’, '자본시장통합법시대 4천만의 이슈 경제학’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