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의 틈에 끼인 대한민국이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1인당 국민소득 6만 달러의 부자나라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가 도전과 모험정신을 갖고 자신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의 분위기는 다르다. 가난에 대한 불평은 늘어만 가고, 실업률은 높은 한편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대부분의 리더들은 입에 발린 말로서 대중에 영합하기를 즐겨한다. 수많은 복지정책의 개발과 확충 및 확대 약속들이 그렇다. 이명박 정부 역시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비즈니스 프랜들리라고 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성공의 길이다.

대한민국은 정말 큰 나라들 사이에 끼어 있다. 우리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세계 최강대국들이다. 그런 틈에서 기죽지 않고 살아가려면 답은 분명하다. 인구 규모가 작은 대신 재산이 많아야 한다. 스위스, 네덜란드, 베네룩스 3국 같은 나라들이 강대국들 틈에서 당당하게 사는 법이 바로 그렇다. 우리가 그들처럼 되어야 한다. 어느 전직 대기업 회장의 강연 내용대로 유엔 상임이사국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국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의 소득이 조만간 최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1인당 소득 6만 불 정도는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길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호기롭게 내걸었던 747 공약, 즉 성장률 7%를 유지해서 10년 안에 소득 4만불을 달성하고 7대강국에 들어가겠다는 약속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그것을 위해 필요하다던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철학 대신 포퓰리즘적 냄새가 풍기는 '친서민 중도 실용’이 전면에 등장했다. 어찌 보면 성장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이렇게 갔을 때 10년, 20년 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이 정도의 국력을 가지고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북한 정권의 붕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까.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서 당당한 삶을 펼쳐나갈 수 있을까. 아무래도 성장률 7%는 되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그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만들어내려면 국민 각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 각자 가진 재주를 최대한 발휘하여 세계최고의 제품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 열심히 팔아서 세계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도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 비로소 기적으로까지 불렸던 1970~80년대의 성장세를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불평, 불만, 하소연이 아니라 어떻게든 더 낫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쳐야 달성할 수 있는 것이 높은 성장률이다.

지난 세월 우리는 그랬었다. 1960년대부터 우리는 5천년간 우리를 붙들어 맸던 '한’으로부터 탈출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가진 것이 없기는 했지만, 뭔가를 이루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태어났고 비즈니스의 영웅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그 시절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가난에 대한 불평은 오히려 더 많아진 듯하다. 새로 무엇인가를 시작해서 성공을 해보겠다는 생각보다 이미 남이 만들어 놓은 터전 위에서 편히 살아보겠다는 풍조가 만연해있다.

일자리가 없다는 불평들도 그런 속성이 강하다. 일자리가 없다지만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에 가기 보다는 차라리 실업자가 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기 보다 이미 만들어진 좋은 봉급만을 쳐다보며 불평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다.

물론 힘든 일자리보다는 집에서 노는 것이 낫다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다. 하지만 매우 안타까운 선택이다. 집에서 놀면서 부모의 돈을 축내는 것보다 영세기업에라도 들어가서 일을 한다면 무엇인가를 생산해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제품은 다른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하게 될 것이다. 즉 일하는 것은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집에서 놀고 먹는 것은 자신의 잠재력을 썩히는 일이다. 세상을 위해 쓸 수 있는 능력을 썩히는 것이니 어찌 보면 세상에 죄를 짓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에 우리나라의 부모들도 크게 거들고 있다. 다 큰 자식이 집에서 놀고 먹을 수 있도록 재워주고 먹여주고 용돈까지 챙겨주는 것은 바로 부모들이다. 그러다 보니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에게 기대는 것이 웬만한 직장에 취직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 되는 것이다. 그런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일을 해서 세상에 기여하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과거의 부를 까먹기만 하는 존재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럴 때에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치지도자, 사상적 지도자들이 나서서 왜 일하지 않느냐고 꾸짖어야 한다. 집에서 놀지 말고 험한 일자리라도 잡아서 뭔가 세상에 보탬이 되라고 등을 떠밀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사람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불행히도 실상은 그 반대다.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사람을 꾸짖기보다, 오죽 했으면 일자리도 없겠느냐고 입에 발린 말만 하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이다. 많은 부모들이 지나친 너그러움으로 자식을 망치듯이 지도자들도 대중에게 영합해서 대한민국의 잠재력을 깎아 내리고 있다.

그런 입에 발린 말들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복지정책이라는 옷을 입는다. 실업했다고 돈 주고, 가난하다고 돈을 준다. 그러기 위해 세금을 거두고, 그러기 위해 국가부채가 쌓여간다. 그것이 심해지면 지금 남유럽의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라고 통칭되는 나라들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파국을 맞게 된다. 생산은 안하고 써대기만 하니 부도가 나는 것은 정해진 순서이다.

물론 복지정책은 좋은 뜻에서 시작된다. 돈이 없어서 굶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것이 복지정책이다. 그 뜻은 좋고, 그럴 필요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다보면 일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주고, 놀았다고 돈을 주는 정책으로 바뀌어 간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돈을 믿고 자식들이 실업자이기를 선택하듯이, 멀쩡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복지정책 때문에 집에서 놀기를 선택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도 그런 현상이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숫자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해서 이미 160만명을 넘어 섰다. 이러다가는 언제 그 숫자가 3백만이 되고 4백만으로 늘어날지 알 수 없다. 탈북자의 숫자가 급증할 것을 생각하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정말로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만 복지정책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무의탁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중증장애우 같은 분들이다. 단순히 지금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만을 복지의 대상으로 삼다보면, 결국 일하지 않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의 중도 실용, 친서민이라는 구호는 걱정스럽다. 이 구호가 최종적으로 어떤 정책으로 나타날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추측해보건대 복지성 정책들이 대종을 이룰 것 같아 보인다. 복지의 혜택을 최빈층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에게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 정책이 많아지고 깊어질수록 일하지 않고 국가의 정책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될 시기도 늦어질 것이다.

기회로만 따진다면 우리는 지금 대단히 좋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경쟁력을 잃었고, 일본도 비틀거린다. PIIGS 국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의 나라들도 휘청거리고 있으니 우리가 조금만 정신을 차린다면 금방이라도 넘어설 수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될 수 있는 기막힌 기회가 눈 앞에 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일 수 있다. 우리는 과연 그 기회에 올라탈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전과 모험이다. 실패를 각오하면서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 나서야 한다. 또 어떤 상품이 잘 팔리기 시작하면 그곳으로 자본과 인력이 이동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세계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구하기 위해 우리를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럴 때에 비로소 대한민국은 어떤 강대국에 대해서도 당당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의 풍경은 그것과는 무척 다르다. 온통 싸움뿐이다. 무엇을 생산할 것인지보다는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어떻게 나눠먹을 것인지에 대해서만 신경들이 곤두서있다. 일하지 않고 남의 덕으로 살아 보겠다는 목소리들이 너무 높다.

“보조금에 기대서 성공한 기업인을 본 적이 없습니다. 죽을 각오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사람만이 사업을 성공시키더군요.” 필자가 참석했던 어느 보고회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가 정부에 기댈 마음을 먹지 않도록 정부의 규모가 작아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의 구체적 정책들은 큰 정부를 향해서 첫발을 내디뎠다. 무엇보다도 씀씀이가 너무 커져가고 있다. 재정적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친서민이라는 구호를 유지하는 한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기업들의 숫자도 덩달아 늘어갈 것이다.

지금이라도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이 왜 747과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공약을 내걸었는지. 그렇게 해야만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고, 그 인과관계는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이라도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 되는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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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화폐개혁을 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통제된다. 최근에 터키와 가나가 화폐개혁을 단행했고, 이들 국가에서는 물가상승률을 한자리 수 이하로 잡았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화폐개혁이 단행된 이후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화폐개혁이 발표된 이후 물가가 30배 이상 급등한 이상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북한에서의 화폐개혁이 이렇듯 엉뚱한 방향으로 진전된 데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원인이 있다. 첫째, 시장을 금지하고 신흥 기업가들로부터 돈을 강탈하여 공급을 급격히 축소시켰다. 둘째, 노동자와 농민에게는 돈을 마구 뿌려대 물가상승 압력을 더욱 부채질했다. 최근 시장에 대한 통제를 완화하면서 물가앙등은 그쳤지만, 이는 곧 시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항복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화폐 개혁 본연의 목적은 인플레 통제

북한이 화폐 개혁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폐 개혁이란 숫자가 큰 화폐를 숫자가 작은 화폐로 교환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현재 한국의 화폐를 100:1의 가치로 환산하여 10000원은 100원으로 100원은 1원짜리로 일률적으로 바꿔주는 정책을 화폐 개혁이라고 한다.

이런 화폐 개혁의 목적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화폐의 액면 가치가 저하된다. 가령 인플레이션 때문에 20년 전에는 500원이면 밥 한끼 먹었는데 이제는 5000원은 있어야 한다. 즉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구매력을 저하시킨다. 그런데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일상 생활의 여러 불편함을 초래한다. 먼저 현금을 쓸 때 지폐를 항상 대량으로 보유해야 한다. 극단적인 사례가 짐바브웨이다. 2008년 짐바브웨에서 발생한 초인플레로 인해 시민들은 빵 한덩어리를 사는데 5억 짐바브웨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빵 한덩어리 사는데 1달러짜리 5억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100달러짜리라 해도 5백만장이 필요하다.

또 ATM 기계에서 돈을 뽑는다고 해도 불편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령 짐바브웨에서 빵 한덩어리 사기 위해 ATM 기계 앞에서 100달러짜리 5백만장이 나오길 기다려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은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계산하기도 힘들어진다.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이러한 불편들 때문에 정책 당국자들은 종종 화폐 개혁을 단행한다. 최근에 성공적인 화폐 개혁으로 인플레를 잡은 나라들로는 터키, 가나 등이 있다. 터키는 2005년에 1백만:1의 화폐 개혁을 실시했다. 그리고 가나는 2007년에 1만:1의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이 두 나라는 모두 물가상승률을 한자리 숫자 이하로 잡아 화폐 개혁의 목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북한 화폐 개혁 발표 후 물가 30배 인상

북한은 2009년 11월 30일 기습적인 화폐 개혁을 발표한다. 화폐 교환 비율은 100:1 이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달리 화폐 교환 가능한 금액을 10만원으로 한정했다. 10만원은 당시 시세로 30$ 정도 가치이다. 즉 30$ 이하의 금액만 화폐를 교환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국가에 바쳐야 한다는 이상한 화폐 교환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화폐 개혁 발표 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화폐 개혁 조치를 발표한 후 물가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초인플레인션을 경험했다.

북한에서 물가를 대표하는 것은 쌀값인데 두 달만에 30배 이상의 가격 인상을 보였다. 화폐 개혁 직전 북한의 쌀값은 구화폐 기준 1kg에 2000원 수준이었다. 그러니 100:1의 화폐교환 비율을 고려한다면 쌀값은 1kg에 20원 수준에서 안정화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북한의 쌀값은 화폐 개혁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여 12월 중순에는 50원, 1월초에는 150원, 1월 중순에는 300원 급기야 1월 말에는 600원 수준으로 폭등했다. 즉 화폐 개혁 두 달만에 30배의 물가 인상율을 기록한 것이다. (*주1)

왜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다. 초인플레이션, 즉 물가가 이상 급등하는 이유는 원리적으로 보면 아주 단순하다. 공급은 아주 적은데 돈이 많이 풀려 수요가 많아지면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시장 금지하고 신흥 기업가들 돈 강탈하여 물자 공급 급격히 축소

그럼 먼저,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를 살펴보자. 북한에서 화폐 개혁 이후 물자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시장 거래를 사실상 금지했기 때문이다. 화폐 개혁 조치 발표 이후 북한은 12월 9일경 국방위원회의 지시로 시장 거래 품목들의 판매 상한가를 지정해 주면서 이를 어길시에는 철저히 단속하라고 하였다. 또 공산품의 경우에는 시장 거래를 금지시켰다.

당시 판매 상한가를 보면 옷, 신발(한 켤레), 식량(입쌀, 옥수수 포함 1kg), 기름(1l), 돼지 고기(1kg) 등 상대적으로 고가인 생필품은 각 단가별로 16원 이하에 판매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알(계란), 남새(채소) 등의 저가 생필품의 판매 상한가는 12원이다. 이밖에 털짐승 가죽, 자전거 수리 등의 상대적인 비생필품은 15원 이하로 판매하라는 지시가 전달되었다.

여기서 쌀만 보면 1kg에 16원 이하로 판매하라고 한 것인데 12월 9일 당시 쌀의 실제 시장 가격은 50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처럼 시장 가격은 50원 수준인데 16원 이하로 팔아야 한다는 강제 조치가 발표되니 쌀 장사꾼들은 손해 볼 장사를 왜 하냐며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시장에서 쌀 공급이 줄어드니 쌀 가격은 당연히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쌀값이 계속 오르고 시장에서 단속은 중단되지 않으니 쌀값은 멈추지 않고 계속 상승하여 1월말 kg당 600원 이상으로 치솟은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번 화폐 개혁은 북한의 주요 물품 공급자들인 신흥기업가들(북한에서는 돈주라고 부름)에 치명적 타격을 주었다. 북한은 화폐 개혁 발표 시 1인당 북한돈 10만원(당시 환율로는 30$ 수준)까지만 바꿀 수 있다고 공표했다. 이는 세계 화폐 개혁 역사에 전례가 없는 것이다. 10만원 이상 가진 사람들의 돈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된 것이다. 즉 북한의 화폐 개혁은 단순 화폐 교환 조치가 아니라 기업가들의 돈을 강제로 빼앗는 조치였던 것이다.

기업가들은 북한 국내에서 대량의 물건을 항상 사고 팔고하기 때문에 항상 어느 정도의 국내 화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신흥 기업가들에게 화폐 개혁은 심대한 자산 잠식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신흥 기업가들의 경제 기반이 축소된 결과 시장에서의 물자 공급 능력은 더욱 축소되었다.

노동자․농민에게는 현금 마구 뿌려대

북한에서 화폐 개혁이 실패하여 초인플레가 나타난 또 다른 이유는 북한 당국이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 마구잡이로 돈을 뿌려댔기 때문이다. 북한은 화폐 교환 10만원 상한선을 정한 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노동자, 농민, 노인들에게 마구잡이로 돈을 뿌렸다.

일례로 노동자의 월급과 노인들에게 주는 연금을 100:1 화폐 교환 조치 발표 이전과 똑같은 액면 금액을 주었다. 즉 화폐 개혁 이전 2000원 주던 월급을 100:1로 화폐 개혁을 했는데도 그대로 2000원 월급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노인 연금도 마찬가지였다. 즉 노동자 월급과 노인 연금이 100배 상승한 것이다. 농민들에게도 한 가구당 신화폐로 14,000원 상당의 장려금을 하사했다. 이 금액은 당시 가치로 농민들이 50년 일해야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다. 농민들은 단 한 번에 거액의 목돈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노동자, 농민들에게는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뿌려 시중에 현금이 많이 풀리자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강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공급은 줄어들고 있는데 시중에 현금은 무자비하게 풀려나가니 초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

북한 당국, 결국 시장에 항복하다

북한의 노동자가 100배 인상된 임금을 받고 농민들이 50년 벌어야 되는 돈을 한 번에 받아서 얻은 기쁨도 잠시에 불과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물가가 30배 이상 폭등하고 그나마 폭등된 가격에도 쌀을 구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1월 중순부터 북한 주민들은 북한 당국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하였다. 김정일 이름에 존칭을 붙이지 않으면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가하면 북한의 경찰인 보안원들에 대한 테러가 가해지고 아사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북한 사회가 아비규환으로 빠지기 직전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런 심상치 않은 조짐을 파악한 북한 당국은 1월 20일 경 이번 화폐 개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노동당 재정경제부장 박남기를 전격 해임했다. 그리고 1월 말 시장에 대한 가격 통제를 해제했다. 거래를 금지했던 공산품의 거래도 재허용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시장에 대한 통제를 완화하기 시작하자 시장에서의 쌀값은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1월 말 kg당 600원 정도하던 쌀값이 지난 2월 4일경 3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주일만에 가격이 절반 정도 뚝 떨어진 것이다. 시장의 힘을 다시 확인하게 된 순간이었다.

종합해보면 북한 당국의 이번 화폐 개혁은 성장해가는 신흥 기업가들에게 타격을 주고 시장을 약화시킨 뒤 계획 경제로 복귀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은 신흥 기업가들의 경제적 기반을 어느 정도 약화시켰을 수는 있으나 시장을 약화시키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 시장 통제로 인해 발생하는 초인플레이션을 도저히 막지 못해 화폐 개혁 발표 2개월만에 완전히 시장에 백기투항한 것이다. 김정일과 시장으로 대변되는 북한 주민들 사이의 전쟁에서 북한 주민들이 완전 KO 승을 거둔 것이다.

하태경 / 열린북한 대표

 

* 이 글에 나와 있는 북한 내부 소식들은 열린북한통신, DailyNK, 좋은벗들, NK 지식인연대 등에서 발행하는 소식지들을 참고한 것임을 밝힙니다.

 

저자소개: 하태경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길림대학교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북 라디오 방송인 '열린북한방송’과 사단법인 '열린 북한’의 대표를 맡고 있다. '동북아 IT 공동체 전략 연구’ '북한 인권실태와 북한 인권운동의 쟁점 분석’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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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강기갑의원 국회폭력, 전교조 시국선언, MBC 광우병 PD수첩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사법부의 이념화, 정치화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대법원 수장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법부의 독립은 잘못된 재판을 정당화해주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사법부의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부당한 권력의 사법부 침해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법원의 판결은 논의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급심의 판결이 최종 판결은 아니므로 상급심의 판결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사법부의 독립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다.

정권이 교체되고 2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과거 좌파 정권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철저하게 정치논리에서 시작된 세종시 문제로 온 나라가 양분되어 시끄럽고, 최근에는 법원의 이념 편향 판결로 재판의 정당성과 공정성이 훼손되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손상되었다. 특히 사법부의 이념화, 정치화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법치주의를 외면하는 사법부 판결

법원은 지난 1월 14일에 강기갑 의원의 국회 폭력, 19일 전교조 시국선언, 20일 MBC 광우병 PD 수첩에 대해 무죄로 판결하였다. 이 사건들은 한결같이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러한 불법 행위들에 대한 정죄가 확실하게 내려져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정반대로 내려졌다.

PD 수첩 무죄와 같은 최근의 법원 판결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사법부에까지 좌파의 영향력이 강하게 침투되었다고 걱정하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이 좌파 이념의 영향을 받는다면 건강한 사회의 기초로서 '법의 지배’는 무너진다. 판사가 법이 아니라 자신의 이념에 따라 재판한다면 '법의 지배’는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사법부가 독재 정권에 종속되었듯이 이제 좌파 이념에 종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이동연 판사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공중 부양’으로 잘 알려진 강기갑 대표는 국회 폭력과 관련해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되었다. 이 판사는 검찰은 강 대표를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 폭행 혐의로 기소했어야 했으며, 피해 당사자인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의 증언이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했다. 강 대표가 국회의장실 문에 발길질을 하고 국회 경위의 멱살을 잡고 폭행한 행위를 공무집행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동연 판사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강 대표의 폭력이 아니라 폭력을 행사했을 당시 국회 안에서의 질서 유지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발동된 질서유지권이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강 대표의 행위는 적법하지 못한 질서유지권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강 대표의 국회 폭력을 국회의 질서유지권 발동의 적법성과 연결시켜 그에게 무죄를 판결하는 것이 우리가 숙지하고 있지 못한 법 해석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 대표의 폭력 행위를 TV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보통사람들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발생한 그의 행위가 무죄라는 법원 판결에 충격을 받고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국민은 놀람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연이어 나온, 전교조 시국선언과 MBC 광우병 PD 수첩에 대한 무죄 판결에 더욱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주요 시국 관련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이 연이어 나오자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판결을 내린 판사에 이목을 집중하였다. 이들 판사의 판결이 시민들의 건전한 법 감정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 판결이 젊은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과 이념적 편향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표시하면서 건전한 상식과 보편적인 가치 기준과 합치하지 않는 판단들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세상 경험이 많지 않은 판사들이 중요한 사건을 단독으로 판결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와 현행 법관 양성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여러 개선책이 제안되기도 하였다.

법보다 사법부 독립성이 우선?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사법부의 수장인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원이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켜낼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독립된 재판”이 잘못된 재판을 정당화해주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법권의 독립을 위한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독립된 재판”은 부당한 권력의 사법부 침해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사법부의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것은 법관의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법 해석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주관적인 법 해석, 특히 자신의 이념으로 편향된 해석은 법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는 것이다.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국민들의 건강한 상식과도 부합하지 않는 판결에 대해 사회적으로 거센 반발과 비판이 쏟아질 때, 진지하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사법권의 독립’을 내세우고 '법관의 양심’을 들먹이는 것은 스스로 사법부의 명예와 독립을 훼손하는 일이다. 사법적 판단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있다면 먼저 왜 이런 저항이 나왔는가를 스스로 반성적으로 숙고해야 한다. 판결과 국민 정서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가를 법의 논리로 설명해야 한다.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가 스스로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법부 비판에 대한 대법원장의 대응 방식은 적절하지 못하다. 국민이 사법부의 판결을 믿지 못하면 사법부의 권위는 무너지고, 법원은 법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판사들의 부당한 판결들이 담당 판사들의 특정한 정치적·이념적 편향에서 나왔으며, 그것의 진원지로 '우리법연구회’라는 단체를 지목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 단체는 법조계에 좌파논리를 생산하고 유도하는 사법계의 '전교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이내 과녁은 '우리법연구회’를 넘어 이 대법원장에게로 향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 겸손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고 '사법부의 독립’을 내세움으로써 사법부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성급한 단죄(斷罪)까지 나왔다.

사법부 독립성 존중,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것

법의 해석자인 판사에게 법에 대한 제약 없이 자유로운 해석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법관의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판사에 따라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판결이 달라진다면 '법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기대에 어긋나는 판결이 나왔다고 하여 그 판결이 잘못된 판결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오래된 관습과 고정관념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관습과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질서와 관념을 형성해야 한다. 새로움이 없으면 사회나 역사도 발전하지 못한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법 해석과 판결도 항상 새로움에 열려있어야 한다. 사건에 대한 법의 적용은 수학 공식의 적용과 같이 기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큰 혼란에 빠지게 하였던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을 제작한 PD와 작가에 대한 최근의 무죄 판결이 몇 달 전의 판결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은 성급하다. 이번 판결은 형사 재판으로, 이 프로그램의 방송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판결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의 민사 판결에서는 방송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보면 명백히 잘못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을 정당화하는 다른 법리적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법대 이상원 교수에 따르면 (“다름과 틀림”, <동아일보> 2010년 1월 28일) 형사 사건과 민사 사건의 경우 다른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이 교수는 O J 심슨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전처 살인범의 확실한 용의자로 의심을 받았던 심슨이 형사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법원이 전처의 살해 혐의를 인정하여 거액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는 것이다.

살인여부의 판단은 증거에 따라 해야 하지만, 형사와 민사는 서로 다른 정도의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증명을 내세우는 쪽의 손을 들어주지만 형사소송의 경우에는 합리적인 의심의 소지가 남아있는 한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형벌권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MBC PD 무죄 판결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벌권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민사 판결과 달리 형사 판결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무죄 판결을 보고 사법부를 불신하는 데까지 나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쟁점이 된 무죄 판결은 모두 1심 판결이고 아직 상급심이 남아 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최종심은 대법원 판결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1심 판결이 이념적으로 편향된 판결이기 때문에 반드시 상급심에서 바로 잡아질 것이라고 믿지만, 우리의 기대와 다른 판결이 나온다고 할지라도 그 판결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대한 존중은 바로 법으로부터 나의 권리를 보호받고, 법치를 확립하는 기초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법부가 내린 이념 편향적 판결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논의와 비판은 지금까지 나온 것으로 충분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격앙된 마음을 뒤로하고 남아 있는 사법부의 판결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

신중섭 / 윤리교육과교수

 

저자소개: 신중섭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논쟁과 철학’ (공저), '전교조의 이념과 운동 비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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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금은 교육서비스에 대한 가격이며, 이의 인상한도를 법으로 제한하는 등록금 상한제는 가격통제이다. 등록금 상한제와 같은 인위적인 통제는 비록 그 의도가 훌륭할지라도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소규모사회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대규모 열린사회 모두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과 이를 위한 수단이다. 대규모 열린사회에서의 수없이 많은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시장질서와 이로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가격이다. 그리고 이 가격은 가격이 없다면 사람들이 알 수 없었을 수많은 지식들을 전달하고 알 수 있게 한다. 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정치적 권력의 남용이자 지식의 자만일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고등교육에서도 자유의 원칙이 실현되어야 하며, 그것이 곧 대학경쟁력을 높이고 번영하는 길이기도 하다.

부활하는 등록금 상한제

대학의 자율화가 이렇게도 어려운가! 1989년에 폐지됐던 등록금 상한제가 여야 합의로 부활했다. 도입과정부터가 씁쓸하다. 정치적 결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학자금 상환제’를 반대해 온 민주당이 이를 찬성하는 조건으로 등록금 상한제 찬성을 요구하자 한나라당이 전격 합의해주었다. 인상한도를 법으로 제한하는 등록금 상한제는 가격통제이다. 물가인상률의 1.5배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는 대학은 정부로부터 행ㆍ재정적 제재 등 불이익을 받는다.

교육비를 부담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보살피려는 정치권의 마음이 참으로 갸륵하게 보인다. 그러나 세상사는 의도가 좋다고 해서 결과도 좋은 것이 아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자기 나름의 원리가 있고 그 원리를 위반하면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등록금 상한제도 의도는 좋지만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교육서비스 가격과 의사소통수단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오늘날의 고등교육질서는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들로 구성된 소규모 사회가 아니라 대부분 서로 알지 못하는 익명의 사람들로 구성된 거대한 열린사회라는 점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과 이를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서로 소통한다. 그런데 인류문화의 진화과정을 보면 흥미롭다. 문화적 진화는 언어 이외에도 또 하나의 소통수단을 생성시켰다. 시장질서와 이로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그것이다.

서로 알지도 못하고, 귀로 들을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의 소통수단으로서 언어만으로는 불충분했을 터이다. 그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것이 가격이다. 가격은 각처에 분산되어 있는, 그래서 그 어떤 정신도 전부 알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지식들을 수집하고 간추려서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가격이 없으면 거대한 열린사회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문화적 진화의 탁월한 묘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재화나 서비스 가격보다 역사적으로 훨씬 뒤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등록금은 교육서비스의 가격이다. 이것도 상품가격처럼 열린 교육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교육서비스의 가격도 이 서비스의 수급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다양한 사정(事情)에 관한 수많은 사람들의 지식들, 심지어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암묵적 지식(implicit knowledge)까지도 수집하고 간추려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등록금 상한제의 지적 자만

오스트리아 학파의 거목, 하이에크(F. A. Hayek)가 자신의 저서 『개인주의와 경제질서』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가격은 사람들에게 이들이 알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알 수 있게 한다. 가격은 가격이 없으면 사람들이 알 수 없었을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말이다. 등록금과 같은 가격이 없으면 거대한 열린 고등교육 질서가 생성 발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모든 가격과 마찬가지로 등록금도 교육질서의 중추신경과도 같다.

그런데 입법부는 상한선을 정하여 법으로 교육서비스 가격을 규제하려고 한다. 이 같은 규제가 가능하고 또한 바람직스러운가? 모든 대학들에 적용되는 '적정한’ 등록금 인상률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온당한 일도 아니다. 그것을 정하기 위해서는 교육서비스의 수요와 공급과 관련하여 사회의 각처에 분산되어 존재하거나 새로이 생겨나는 지식들을 전부 수집 가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이에크의 1952년 유명한 저서『감각적 질서』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그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개인들의 '암묵적 지식’은 개인 자신은 물론 그 어떤 정신에게도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지식의 문제’ 때문에 적정 가격인상 한도를 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더구나 가격은 인간의 인지능력의 범위를 넘어서 존재하거나 새로이 생겨나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들은 이런 가격을 통해서 비로소 배우고 학습한다. 따라서 인간정신이 이 같은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온당하지도 않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염두에 둘 것은 등록금 인상 한도를 법으로 정한 등록금 상한제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 정치적 권력의 남용이자 지식의 자만이라는 것이다.

등록금 상한제의 치명적 결과

그럼에도 등록금 상한제를 실행할 경우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일반상품도 가격통제를 하면 질이 떨어지거나 양이 줄고 암거래가 성행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교육서비스 가격통제도 마찬가지이다. 당장은 권력에 눌려서 등록금인상을 억제하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장기적으로 교육서비스와 연구의 질이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우수 교수 확보나 시설 확충을 통해 연구·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학의 양질의 인력 공급 능력과 대학의 연구역량은 줄어들어 대학의 경쟁력이 위축되는 것도 불 보듯 훤하다. 이것은 경제적 번영에도 치명적이다.

정부는 이 같은 위험성을 막기 위해서 대학의 정부지원을 늘릴 것이다. 그러나 정부지원의 증가가 능사가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납세자 부담의 증가뿐이 아니다. 대학 미진학 취업자가 납부한 세금이 대학 진학자를 위해, 심지어 재학중인 고소득층 학생들의 학비보조금으로 사용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우리의 정의감에도 맞지 않는다. 이것은 정부의 모든 대학교육지원금이 야기하는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다.

정말로 가격통제는 치명적이다. 폭탄 없이도 도시를 황폐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가격통제이다. 이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 때문에 가격통제는 기껏해야 후진된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야만적이고 후진적인 정책이다. 미성숙된 정신만이 생각할 수 있는 정책이다.

미제스(L. v. Mises)가 1949년 자신의 유명한 저서 『인간행동』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로마 제국의 쇠락의 근본 원인은 외부의 침략자들 때문이 아니었다. 가격통제로 상업과 무역의 자유를 제한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학 등록금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법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은 포퓰리즘에 불과하지 전혀 해법이 아니다. 가격은 정부로부터 불가침 영역이다. 빈곤층 자녀의 문제는 각 대학의 다양한 장학제도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대학교육에도 자유의 원칙을 !

우리 대학교육체제는 자율성이 매우 열악하다. 신입생선발이나 대학운영, 대학의 증설 등 모든 부분에서 겹겹이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 가지 자율이 있었다. 등록금 책정의 자율이 그것이다. 대학이 독자적인 발전 계획과 경영 방향에 맞춰 재원을 조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제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스럽지도 못한 상한제의 도입으로 그 같은 자율권까지도 빼앗기고 말았다.

대학이 정부의 손에 들어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현대의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의 대학이다. 20세기 초 만해도 독일 대학은 세계가 부러워했다. 예를 들면 독일 의과대학 학생들의 절반이 외국인이었을 만큼 독일의 의대는 세계적이었다. 노벨상 수상자의 45%는 독일과학자들이었다. 약학, 물리학, 화학 분야 등의 독보적인 발전은 독일 대학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독일대학의 명성은 20세기 후반 쇠락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세계적 수준의 대학은 고사하고 세계 50위권에 속한 대학의 수도 아주 극소수이다. 유감스럽게도 과거의 명성이 완전히 소멸한 것이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즉, 교육의 평등주의, 공공성, 온정주의 등 온갖 이념적 명분으로 대학에 대한 정부의 첩첩규제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갈 길은 고등교육에도 자유의 원칙을 실현하는 일이다. 자유의 원칙 하에서만이 대학들은 비용을 덜 들이고서도 교육 수요자들의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지식을 찾아내고 테스트 하고 학습하는 “발견의 절차(discovery procedure)”가 역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대학경쟁력을 높이는 절차이다. 이것이 번영의 길이다

우리 경제가 일인당 소득 3만 달러의 벽을 넘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대학의 경쟁력을 위축시키는 일만 골라서 하는 정치권이 야속하기만 하다.

민경국 /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자소개: 민경국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하이에크, 자유의 길’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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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에서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때에는 그 다음 월요일을 공휴일로 하는 대체공휴일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 제도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첫째, 기업은 늘어나는 공휴일로 인해 늘어나는 원가부담을 전가시키게 되는데,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후방의 중소기업이 그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중소기업과 근로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에 역행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둘째,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은 원가를 줄이고 생존하기 위해서 해외로 진출하거나 훨씬 더 집약도가 높은 설비투자를 하거나, 그도 아니면 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어렵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 좌우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에 혜택이 되는 방향으로 신중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의안번호 1802922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2008년 12월 9일자로 16인의 국회의원에 의하여 제안되었다. 의안요약에 의하면;『현재 우리나라는「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통하여 공휴일을 규정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휴무에 관하여는 개별 기업에 맡겨놓고 있는 까닭에,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근로자의 경우 공휴일을 주장하기가 쉽지 않고 기업 방침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이 일반적임.

또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르더라도 일정한 공휴일 일수가 확보되지 못하고 해마다 공휴일 일수에 있어서 편차가 나타나고 있어서, 안정적인 삶의 질을 추구하고 휴식을 통한 에너지 재충전으로 생산성을 높이자는 공휴일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

따라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내용을 법률로 제정하고, 공휴일이 다른 공휴일과 겹칠 때에는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 하루를 공휴일로 하는 대체공휴일 제도를 신설하려는 것임.』으로 되어 있다.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논의해서 제안한 것인가?

그런데 과연 그 제안대로 일정한 공휴일 일수가 확보되지 못하고 또 공휴일 일수에 편차가 나타나서 안정적인 삶의 질이 확보되지 못하는지, 그리고 공휴일이 확보되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제안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휴일 제도와 관련해 신문을 통해 조사해 본 자료에 의하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총 5건이다. 대체공휴일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짧은 휴일로 인해 차량정체가 생기는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의원에 따라 근로자의 날·어버이날·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곁들여졌다.

의원들이 제시한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연합뉴스 ’10. 01. 04.)에 따르면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해 4일을 추가로 쉴 경우 관광소비 지출액이 4조6천억 원 증가하고 생산유발효과 8조 원, 부가가치창출효과 3조5천억 원, 고용창출 효과도 14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 자료를 직접 읽어 보지 못해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하루씩 놀고 소비지출과 생산유발 효과, 고용효과가 그렇게 크다면 공휴일을 줄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더 늘리자는 주장이 타당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반대로 남들은 연장 휴가로 쉬고 있는데 그들을 위해서 덤으로 반드시 근무해야 할 공공 서비스기관 사람들의 입장은 어떠할 것인가. 기업이 추가로 지불해야할 인건비는 어떠한가. 평일 수당의 1.5배를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석유화학·철강·유통·숙박업 등 4개 분야에서만 휴일 근로수당으로 1조4000억 원의 추가 부담을 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철강·석유산업의 경우 총인건비 대비 휴일 근로수당이 5.26%, 백화점 등 서비스업의 경우 2.94%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박수찬, 조선일보, '09, 11. 20).

그러므로 적어도 현장에서 책임 있게 일을 해본 지도자라면 그런 주장을 쉽사리 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국경일마다 의미를 부여해서 너도나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주장만 내세우면 일은 언제하고, 공부는 언제 한단 말인가.

1988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24회 하계 올림픽 경기대회는 우리나라의 국력을 세계에 알린 큰 행사였다. 그렇지만 올림픽을 전후해서 국내외로부터 여러 가지 경고가 제시되었다. 공통점은 '한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다.’라는 것이었다. 사회 기강을 통제할 리더십의 부재 속에서 수년을 헤매다가 드디어 IMF 구조조정기간을 맞이했던 것이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올림픽 이후 10년, IMF 이후 10년, 우리는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지도자들은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

지구상에서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 수 있게 된 바탕은 제조업에서 솟아났고, 앞으로도 산업의 경쟁력은 십 수 년 동안은 제조업에 기반을 둘 것임에는 분명하다. 대체공휴일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또다시 변신해야 하는 데, 이 때 예측되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더구나 IMF는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산업의 부실 때문에 초래된 것이었다.

첫째, 기업은 공휴일의 추가로 어떻게든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이는 곧 원가부담이 된다. 부담되는 원가를 어떻게든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줄일 수가 없으므로 전가(轉嫁)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왜 원가를 줄일 수 없고, 또는 그만큼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없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이 지면이 너무 좁고 또 논란의 주제와는 벗어나기 때문에 다른 기회로 넘긴다.

다만 전가시키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자 한다. 기업은 개별기업 혼자 독립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수급관계에 의하여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원가와 품질과 시간이 네트워크의 고리로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원가와 시간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면 파워가 약한 어느 한 쪽이 짐을 지게 되어있다. 대부분 후방의 중소기업이 짊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전방의 대기업 또는 강한 기업이 대신 부담을 줄여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인도적인 반문을 할 수도 있다. 이는 사업을 안 해 본 사람들의 말이다. 이들 대기업은 나름대로 세계의 더 큰 대기업들과 경쟁하므로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기업은 생존을 위해 더 몸부림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여기에 생사를 건 여러 중소 협력기업들이 줄 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 대규모 중화학제조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얻고 힘을 얻기 시작할 즈음, 왜 대체공휴일을 만들어 원가와 시간에 부담을 주려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결과는 이들 기업의 받침목이 되는 다수의 후방 중소기업이 떠안을 것이 분명한데 국회의원은 중소기업과 근로자를 위한다고 하면서 정책은 역행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둘째,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갭이 있겠지만 IMF 이후와 같은 전철을 밟아야 할 것이다. 원가를 줄이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생산기지를 찾아 나서든가, 훨씬 더 집약도가 높은 설비투자를 하던가, 그도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다. 올림픽과 IMF 이후의 유행어였던 '아직도 제조업을 하십니까?’라는 말을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다.

’90년대 많은 기업이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로 진출했지만 그 성공 사례가 많지 않고 그나마 국내에서 설비자동화로 버틴 기업이 더 성공적이었다. 설비투자는 추가로 자금압박이라는 부담을 져야 하고, 그 결과 새로운 일자리는 늘어나기가 어렵다.

현장에서 지도자로 일 해본 경험이 있는가?

공휴일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휴일은 법률로 정하되 기업이 노사 합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는 부칙 조항을 넣자는 것이다. 또 고속도로의 정체라든지 한국의 연(年) 근로시간이 선진 외국에 비하여 가장 길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만약 대학에서 법적 공휴일에 강의를 하겠다고 선언하면 매년 총학생회장의 선거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교수의 권위가 살아 있는 대학은 그나마 학생들을 설득하려고 노력은 해 보겠지만, 공휴일 강의문제와 같은 이슈는 학생회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많은 총장들은 아예 처음부터 공휴일에 강의를 한다는 '문제꺼리’를 만들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하물며 중소기업이 노사와 합의해서 1.5배의 보수를 더 주면서까지 공휴일 날 일한다는 것은 참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일이다. 고속도로의 정체는 명절 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미 평소에도 정체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꼭 공휴일의 기간을 길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평소에도 공휴일만 되면 정체는 심해진다.

나는 미국의 대학들이 어떻게 학사를 진행시키고, 또 기업에서 어떻게 일하는지를 짧게나마 볼 기회가 있었는데, 왜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의 대학 평가에서 100위안에 들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교수의 연구나 학생의 공부에서 그 질(質)을 지적하는 데, 그에 앞서 시간이라는 분량(分量)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학사 집중도의 시간의 분량을 미국 대학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 기업들의 근무시간 중 작업의 집중도는 사무직이든 노동직이든 너무나 철저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해진 쉬는 시간 외에는 전혀 낭비가 없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대학이나 기업이나 너무나 느슨하고 방만하다는 생각이다. 발표되는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노동생산성 자료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가 평균보다 낮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생산성 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그 격차가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OECD국가(30개국, 08년 기준)중 22위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자 1인당 년 부가가치생산액이 우리나라는 1위 국가인 룩셈부르크의 111,742달러에 비해 51.2%인 57,204달러이고, 이는 미국의 61.5%에 지나지 않는다. 서비스업 노동생산성도 3만3233달러로 조사 대상 25개 OECD 국가 중 22위에 머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미국 대비 44.8% 수준이고 일본의 59.9%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휴일은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서 총 118일인데, 이는 일본의 119일보다 하루가 짧지만,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보다는 4〜5일이 길다. 더구나 일본보다는 연차휴가가 5일이나 길고, 유럽 국가와 동일한 수준이다(박수찬, 조선일보,’09. 11. 20).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공휴일 수를 늘려야 된다고 한다면 국회의원들의 안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 혜택으로만 돌아오지 않을 대체공휴일

지도자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여론에 핑계 대는 것이다.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여론이 그래서 할 수 없다.’라는 말이다. 다수를 의식하는 인기 발언은 훌륭한 지도자가 아니라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존경받는 지도자는 아무리 여론이 압박을 한다고 하더라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국민 전체와 후세 자손들에게 가장 덕이 되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날이 어디 있겠는가. 어버이날도, 제헌절도, 한글날도, 다 중요하다. 중요하다고 다 공휴일로 정하면 이제 막 새로 싹 피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자랑인 근면과 검소 그리고 열정을 누가 언제 어떻게 다시 회복시키겠는가? 주40시간 근무제도가 실시 된지 이제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중과세의 병폐를 개선시키기 위하여 명절날 3일씩 쉬기로 하였는데 거기에다 다시 공휴일을 연장시킨다면 공휴일 공화국이 되란 말인가. 공휴일이 길어지면 기업이나 학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IMF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가정이 파괴되고 눈물을 흘렸던가. 구조조정은 불과 수년전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대체공휴일 제도와 같은 이유 때문에 단 1%의 원가라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면 기업은 부담을 안게 되고, 그 대가는 누군가 치르게 되어있다. 경험적으로 보건대 언제나 약자에게 되돌아간다.

사회적 약자와 근로자를 위한 대체공휴일 정책이 그 의도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 결과가 어떻게 미칠지 시장경제의 원리를 진지하게 알아야 하겠고, 또 국민 다수와 그리고 미래에 혜택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규상 / 목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저자소개 : 이규상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목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생산전략', '열정적인 지도자의 경영학원론', '가치창조를 위한 현대생산관리'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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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회사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회장 선임 문제와 금융당국의 압박,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은 또 다시 '관치금융’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KB금융지주 사태는 단순한 금융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다. KB금융지주회사가 사기업이므로, 사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은 한국 금융시스템과 금융기관에 대한 해외 신뢰도 추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금융기관의 경영상의 문제는 시장과 주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하며, 금융당국은 감독을 이유로 금융기관의 경영에 개입하는 타성을 버리고 규제를 하더라도 사전규제가 아닌 사후규제여야 한다.

금융당국의 '의중’을 살피지 않은 괘씸죄

2009년 세밑 KB금융지주의 회장후보로 내정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돌연 사퇴함으로써 파장을 일으켰다. 회장추천위원회에 의해 2009. 12. 3. KB금융지주 회장후보로 선정된 그는 2010. 1. 7.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었다. 강 내정자는 '자진 사퇴’로 말하지만, 정부 압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황적인 증거도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KB금융지주 회장공모에 참여했던 여타 경쟁자들이 "회장 선출이 불공정하다"며 KB금융에 직격탄을 날리고 후보를 사퇴하면서 일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경쟁자들이 후보 사퇴한 가운데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단독으로 면접에 참여해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 후보에 추천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마뜩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오는 3월 정기 주총 이후로 미루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사회는 이를 거절했다. 이렇게 해서 괘씸죄를 사게 된 것이다. 그러나 KB금융지주 입장에서 볼 때, 황영기 전(前)회장이 물러난 이후 최고경영자(CEO)의 공백을 최소화하려 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금융당국의 KB금융지주에 대한 압박은 금융감독원의 '사전검사’를 통해 노골화되었다. 작년 12월16일부터 23일까지 평소보다 3배가 넘는 인원이 투입된 '이례적’인 사전검사가 그 방증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임원은 동의형식을 취했지만 검사반에 전산자료를 넘겨주었으며, 강 내정자의 운전기사까지 조사를 받았다. 일부 사외이사 주변도 내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전방위 압박으로 결국 강 내정자가 사퇴한 것이다.

이번 KB금융지주 회장후보 사퇴로 정부가 지분을 갖지 않은 민간 금융기관이라 할지라도 “관(官)의 눈 밖에 나면 끝”이라는 세간의 인식이 재차 확인됐다. '관치금융’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물론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부상한 것이 문제를 일으킨 연원(淵源)이라는 것이다. 사외이사들끼리만 모여서 회장 내정자를 선출하고, 사외이사들끼리 모여 자기 후임을 뽑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 반론(反論)의 요지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판단의 기준’일 수는 없다.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선임에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면 합당한 절차에 따라 당국이 시정을 요구하면 된다. 하지만 당국은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의중을 내비침으로써” 피(被)규제기관이 이에 따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KB금융지주는 '사(私)기업’이며 그 주인은 '주주’이다. 따라서 감독당국이 또는 그 어떤 권력기관이라 하더라도, KB금융지주 이사회가 관계 법령과 회사 정관에서 정한 적법 절차에 따라 선출한 회장 후보를 사퇴시킬 수는 없다. 현행 법령을 보자. 은행법(제22조)과 금융지주회사법(제40조)에 의하면, 은행 및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그 구성원의 1/2 이상을 사외이사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은 '정관’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강정원 행장의 내정은 절차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일부 사외이사에게 잘못이 있다면 문책하면 된다. '회장추전위원회’라는 시스템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금융 당국이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것과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절차와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선임된 내정자를 낙마시킨 것은 그 자체가 경영에 개입한 것이다. 소유만 민간일 뿐, 즉 민유(民有)일뿐 경영은 관(官)이 한 것이다. '관치금융’ 부활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KB 금융지주에 대한 '보복성’ 종합검사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놓고 촉발된 금융당국과 KB금융지주 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KB금융 이사회가 금융당국의 뜻을 거스르고 강정원 행장을 회장으로 내정한 것이 1라운드, 금융당국이 고강도 '사전검사’를 통해 강 회장 내정자를 낙마시킨 것이 2라운드라면, 14일부터 시작될 금융감독원의 KB금융에 대한 '종합검사’가 3라운드인 셈이다. 이번 종합검사에는 금감원의 최정예 조사인력 35∼40명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일부 사외이사를 '정조준’함으로써 '낙마’에 대한 명분을 쌓으려 한다. 이번 종합검사 대상은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딧뱅크(BCC) 인수건, 커버드(covered bond) 본드 관련 손실, 부적절한 영화 투자에 따른 손실, 금전적 지원을 통한 사외이사 장악 의혹 등이 그것이다.

BCC 인수건은, 2008년 8천억원을 투자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 지분 30.5%를 인수했지만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주가 폭락으로 2천50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합검사를 통해 국민은행이 해외 중소은행에 불리한 조건으로 무리하게 대규모 투자를 했는지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커버드 본드’ 관련 손실건은, 2009년 5월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주택담보대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를 높은 프리미엄(비싼 수수료)을 주고 발행해 은행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종합검사를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회복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낮아져 추가담보 없이 국민은행 신용만으로 발행해도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비싼 발행비용을 지불했는지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2개의 조사대상은 사적(私的)인 것으로 판단된다. 강 행장은 2007년 국민은행 자회사를 동원해 지인이 감독을 맡은 영화에 15억 원을 투자하도록 했고, 흥행부진으로 은행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KB금융지주 일부 사외이사의 취임 직전 또는 직후에 용역 의뢰 등의 방식으로 지원해 이사회를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의문점에 대해서는 물론 엄정한 검사가 요구된다.

그러나 조사대상 중 투자관련 손실에 대한 검사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보복검사’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투자 사례를 복기(復棋)해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로써 투자 당시에는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상의 판단’(managerial judgement)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BCC 투자는 차익(差益) 목적의 투자가 아닌 '해외 진출 차원’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커버드본드 발행건도 유사한 해석이 가능하다. 지금의 잣대가 아닌 당시의 잣대로 보면, 가장 적절한 발행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책임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이지 금융당국이 판단해야할 문제가 아니다.

금융당국은 또 다른 이유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이미 금융당국은 금융감독과 관련해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황영기 전(前)KB 금융지주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2005~2007년)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것을, 사후적(2009년 9월)으로 문제 삼아 황 회장을 물러나게 했다. 2008년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이 검사했을 당시 문제없다고 결론 낸 것을 다시 문제 삼은 것은 큰 실책이 아닐 수 없다.

금융기관의 경영실태 내지 임원의 적격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권의 발동은 감독당국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금융 감독의 본연의 업무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와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이다. 따라서 금융 감독이 상대를 혼내 주거나 자신의 의중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종합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항목들은 '보복검사’의 여운을 짙게 드리고 있다. 2007∼2008년도의 일을 새삼 지금 문제 삼는 것이 타당한 지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금융 감독 시스템이 투명하고 일관되지 않으면, 그 자체가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게 된다.

역작용을 부를 수 있는 회장 선출과정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외이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총 재임기간을 제한하고 자격요건을 엄격히 하는 등 현행 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후보 및 회장후보 선출 과정에 '주주대표’의 참여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외이사제도는 주지하다시피 IMF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표로 도입되었다. 따라서 사외이사제도의 '큰 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미조정(微調整)의 경우, 금융당국이 나설 것이 아니라 이를 해당 기관들이 정관에 반영하도록 하면 된다.

'회장 선출과정’에의 주주대표의 참여는 오히려 역기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민간 금융지주회사의 주주 분포 상 주주대표로 선임될 만한 주주는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이다. 따라서 이들 주주대표가 감독당국의 의사에 반(反)하는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주대표 참여는 주주대표성을 강화하기는커녕 사외이사 및 회장 선출 과정에서 감독당국의 영향력이 전달되는 통로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

감독을 이유로 경영에 개입하려는 타성을 버려야

KB 금융지주사태의 근저에는 정책당국의 민간 금융기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놓여져 있다. “금융은 자유방임으로 두기엔 너무 중요하다”는 것이다. “멋대로 경영하다 공적자금을 받는 작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식이다. 따라서 아무리 민간 금융기관이라 하더러도 회장이 친정체제를 쌓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옳지 않다. 금융기관의 자산 건선성이 위협받는 것은,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IMF 외환위기가 그랬고, 최근 미국 발(發)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의 금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적인 이유에서 대출부적격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이 권장되었기 때문이다. '월가의 탐욕’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그리고 경영권은 정치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친정체제 구축의 시각에서 보아서는 안 된다. 경영은 성과로서 평가를 받는다. 주주와 금융시장이 이를 평가한다.

2004년부터 2008년 중 인구가 '1천만 이상’이면서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들을 추출해, 이들의 '헤리티지 경제자유도’를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표-1> 고(高)소득국과 한국의 '경제자유도’(score) 비교 (2004∼2008년)

지 표

내 용

선진국

한 국

인구(백만명)

인구 1천만명 이상

74,849.6

48,307.4

일인당 GDP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38,455

18,611

경제자유도
하위지표

금융산업자유도

금융산업 국가소유 및 중앙은행 독립성

72.0

54.8

반(反)부패지수

국제투명성기구(TI)의 CPI에서 인용

76.0

48.0

노동시장자유도

노동보호 법제 및 노동시장 유연성 정도

72.7

54.8

자료: 헤리티지 재단 '경제자유도’ 보고서 각년도 및 세계은행 data base

<표-1>에 나와 있듯이 고소득국의 평균 인구는 약 7천4백만명으로 우리의 1.5배이며, 일인당 국민소득은 약 3.8만 달러로 우리의 2배를 넘는다. 사전적 예측대로 고(高)소득국과 우리나라 헤리티지 경제자유도 는 “금융산업자유도, 반(反)부패지수, 노동시장자유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중 '금융산업자유도’는 금융산업의 국가소유 및 중앙은행 독립성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정책당국이 민유관영(民有官營)의 구시대적 사고를 지우지 않는 한, 금융산업자유도는 개선될 수 없다. “금융 당국의 의중”이라는 속어가 사라지지 않는 한 금융산업의 질적 발전을 기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이들 하위 경제자유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고소득국으로의 진입은 불가능하다.

이번 KB 금융지주 사태는 한국 금융시스템과 금융기관에 대한 해외의 신뢰도 추락을 가져오기에 충분하다. KB금융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인 바, 당국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CEO를 낙마시키고 이미 공시한 주주총회 일정을 취소한다면 어떤 투자자가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를 자문해 봐야 한다. 금융 감독을 지렛대로 경영에 개입하는 타성을 버려야 한다. 시장의 몫으로 돌려야 할 것은 시장으로 돌려야 한다. 금융 감독 당국의 힘은 단호하되 절제되고 정제된 사후 규제여야 한다. 힘이 남용되면 시장의 분노를 초래할 수 있다. 소리 없는 강물이 더 무서운 법이다. ■

조동근 / 명지대학교 경제학과교수

저자소개: 조동근 교수는 신시내티(Cincinnati)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개혁연대의 경제관 비판’,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와 기업가치 간의 관계’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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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자유기업원은 활자대신 영상으로, 연구와 교육을 넘어 액티비즘을 지향하고, 적극적인 모금을 통해 풀뿌리 싱크탱크의 자생력을 기르려고 합니다. 그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첫 번째, 방송 사업을 본격화해 작년 12월 1일 개국한 프리넷 뉴스를 통해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한 방송 콘텐츠의 제작과 보급에 힘쓰겠습니다. 그리고 본격적 방송국을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 조직을 만들어 자유의 철학이 녹아있는 스토리 비즈니스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자유사회 유지를 위해 본격적인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풀뿌리 싱크탱크를 만들겠습니다. 올해 목표는 10억원이며, 모금 총액의 70%는 프리넷 방송 제작에 사용하고 30%는 자유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과의 연대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유를 지지하는 시민단체와 연대를 통해 자유의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2010년 자유기업원의 새 모습을 기대해 주십시오

자유기업원의 임직원 일동이 자유기업원의 이메일 회원 여러분께 새해 인사 올립니다. 경인년 한 해 뜻 하시는 바 모두 이루시기 바랍니다.

저희도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는 만큼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2010년은 자유기업원에도 큰 변화의 시기가 될 것입니다. 1997년 설립 이후, 저희는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허브에 서서 그분들의 사상과 글을 세상에 전파해 왔습니다. 정부와 여론을 비평하는 글이 주류를 이루어왔습니다. 또 대학생들에게 자유시장경제의 사상을 교육해 왔습니다.

이제 저희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활자 대신 영상으로, 연구와 교육을 넘어 액티비즘(activism)을 지향하려고 합니다. 또 주어진 예산에 안주하기 보다는 적극적 모금을 통해 그야말로 풀뿌리 싱크탱크의 자생력을 기르려고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여러 가지의 새로운 사업과 활동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방송 사업을 본격화하는 일입니다.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한 방송 콘텐츠의 제작과 보급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방송은 너무 좌편향 되었거나 인기영합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신문 시장에서의 판도와 비교해 보신다면 그 실상을 알 수 있습니다. 신문시장에서는 소위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3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좌파 매체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것이 소비자의 준엄한 선택일 것입니다. 그러나 방송 시장에는 전혀 판도가 다릅니다. 오히려 시장경제를 말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의 원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제 그것을 바꾸어야 합니다. 새로운 방송사들이 등장하면 판도가 꽤 달라질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들 역시 인기영합주의로 흐르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방송 콘텐츠의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겠습니다. 예전에 신문사의 언론인들이 시장주의적 관점이 뭔지 궁금할 때는 자유기업원의 글을 참조하곤 했습니다.

이제 자유기업원은 방송에서도 그런 역할을 자임하겠습니다.

그럴 목적으로 2009년 12월 1일에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인 프리넷 뉴스(프리넷.kr 또는 fntv.kr)를 개국했습니다. 아직 방송국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콘텐츠가 부족하긴 하지만 차근차근 쌓아가겠습니다.

그와 더불어 본격적 방송국을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서 스토리 비즈니스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영상물을 제작하다 보니 가장 어려운 것이 스토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재미도 있으면서 자유의 철학도 녹아 있는 스토리가 마련되어야 영상도 제대로 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스토리 비즈니스를 위한 조직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곳에서는 프리넷을 위한 스토리도 만들겠지만 다른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스토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두 번째의 새로운 사업은 본격적인 모금 활동입니다. 자유 사회는 자유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노력으로만 이어져갈 수 있습니다. 이제 자유 시민들의 자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저희가 본격적인 모금활동에 나설 것이며,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이나 영국의 IEA, 캐나다의 프레이저 연구소처럼 기부금만으로 운영되는 풀뿌리 싱크탱크를 만들어내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가 내는 목소리도 더욱 힘이 있어질 것입니다. 올해의 모금 목표는 10억 원입니다. 모금 총액의 70%는 프리넷 방송의 영상을 만드는 데에 사용하고 30%는 자유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과의 연대 활동에 사용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와 생각을 같이 하는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서 자유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겠습니다. 뿔뿔이는 보잘 것 없지만, 힘을 합친다면 큰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모금 총액의 30%를 자유진영 시민단체들과의 활동에 사용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하나하나가 모두 벅찬 도전들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시장경제를 튼튼히 만들기 위해서 누군가는 꼭 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그 일을 올해 저희가 시작하겠습니다. 새롭고 낯선 것들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서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2010년은 여러분과 저희가 모두 뜻하는 일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새해에 풍성한 복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자유기업원 임직원을 대표해서 원장 김정호가 씁니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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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소금융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실행되던 것을 우리나라상황에 맞춰 접목하고 있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제도가 방글라데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제도 미발달로 인한 자금조달을 할 수 없어 사업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계층이 많았고, 또 책임감과 성실성을 가진 여성이 주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이 제도가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저개발국이 아니므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 제도의 목적은 자활사업이므로 자선사업 위주의 운영은 안되며, 외국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책임성 제고와 교육·컨설팅 제공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에 미소금융제도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영어의 마이크로 크레딧을 어감이 좋도록 번역한 이 제도는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작하여 실행되던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접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제도권 금융시스템의 지원을 받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서민 내지 빈민들에게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자립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제도이다.

이 제도의 시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Yunus 교수가 1976년 방글라데시에서 시작한 그라민 은행이다. 현재 방글라데시에서는 794만 명(여성이 97%)에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560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중남미와 인도 등으로 확산이 되었고 UN은 2005년을 '세계 마이크로 크레딧의 해’ 로 선포하여 이 제도를 확산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우리의 미소금융제도와 저개발국 '그라민 은행’의 차이점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친서민 중도실용을 표방하는 현 정부가 이를 주도하면서 민간이 이에 동참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 크레딧이 시작된 것은 대략 2000년 근처로 보면 된다. 신나는 조합, 사회연대은행 등이 주축이 되어 민간기부금으로 이러한 사업을 시작하여 약 30여개의 기관이 이를 취급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2008년 3월 휴면예금을 기반으로 한 소액서민금융재단이 설립되면서 서민소액대출의 재정지원이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2008년 현재 6,800여명에 대해 470억 원 정도가 지원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의 잠재적 고객으로 간주되는 계층은 개인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의 계층이다. 이는 기존 금융기관에서 정상적인 금융서비스를 받기 힘든 계층인바 이 등급에 해당하는 계층의 숫자를 좀 더 자세히 보면 2007년 말 766만 6천 명에서 2008년 말 816만 천 명으로 1년 사이에 50여만 명이 늘어났다.

현재 미소금융제도는 민간차원에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일환으로 이를 장려하여 시행하기 시작하였고 향후 10년간 약 2조원 규모로 이를 확대하여 운영하면서 취급 법인을 200개 내기 300개까지 늘여갈 것으로 보인다. 대출대상은 영세사업자 전통시장상인 프랜차이즈 창업자 등이며, 금리는 연 4.5% 대출한도는 무등록 사업자, 등록 사업자, 창업자 등으로 세분화되어 각각 한도가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이 제도는 엄격하게 집행되고 있는데,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여야 하며, 보유재산이 8,5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소위 신용불량자 즉 금융채무불이행자는 제외된다. 창업자금의 경우 50%가 준비가 되어있어야 나머지 50%를 지원하는 소위 '매칭펀드’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사실 이 제도가 저개발국에서 시작된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저개발국의 경우 금융제도 자체가 잘 정립이 되어있지 못한 상태에서 나름대로 능력이 있는 잠재적 계층조차도 자금조달의 기회를 아예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계층에게 약간의 자금지원은 펌프질을 할 때 처음 부어서 펌프물이 잘 나오도록 하는 '마중 물’의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저개발국의 경우 상대적인 저개발로 인해 작은 사업기회가 의외로 많을 가능성이 높고 저개발로 인한 저물가로 인해 작은 돈이라도 구매력은 상당해서 간단한 자영업을 시작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자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이 제도의 발상지인 방글라데시에서 주로 여성에게 지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개발국의 기혼여성의 경우 자녀양육 등에 대한 책임감과 성실성이 존재하므로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가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클 수 있다.

미소금융제도,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저개발국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을 넘보고 있다. 그리고 경제가 선진국에 진입할수록 사업기회는 점점 포화상태로 가면서 신규사업을 시작하기는 대단히 어려워진다.

또한 시작은 하더라고 사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더 어려운 측면도 있다. 미소금융지원의 여러 가지 분야 중에서 '무등록사업자대출부문’이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계층에 대해서는 500만원 까지 신용대출이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500만원을 가지고 창업을 할 수 있는 대상이 과연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다. 노점이나 포장마차를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요즘 밤거리에 포장마차는 포화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포장마차나 노점상은 세금을 내지 않고 영업을 하는 계층인데 이러한 계층을 정부가 주도하여 양산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이 되는 프랜차이즈 창업자금 및 창업임차보증금 대출의 경우 사업등록증이 있어야 하고 창업자금의 50%가 미리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업비용이 총 5,000만원이라면 2,500만원은 미리 준비해 놓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미소금융 신청자의 60% 정도가 이러한 창업자금을 원하는 계층이므로 '50%룰’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제도는 자선이 아닌 자활사업이므로 이 제도가 빈곤층에 대한 현금지원을 하자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운영해가려면 대출 받은 사람이 돈을 제대로 갚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대출상환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이를 공돈처럼 여기면서 일단 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장벽을 만들어서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활능력이 있는 계층은 이미 기존금융기관과 거래가 가능한 계층인 셈이고 자활능력이 없는 계층은 거꾸로 이 제도 하에서마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개의 극단에서 어디를 취하여 제도를 운영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고민스런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능력면에서도 소규모창업을 하여 이를 지속시킬 만한 능력이 있는 계층은 이미 이에 성공하여 사업을 잘 영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사업에 이미 실패하였거나 혹은 실패할 가능성이 큰 서민들이 이러한 자금지원을 받는 다고 할 때 성공의 가능성이 낮은 부분도 문제가 된다. 결국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능력이나 외부조건이 열악하여 사업성공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소액대출이 제 기능을 발휘할지 의심스런 측면도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 내에서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운영이 되어야 할 여지가 다분하다.

외국 성공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

실제로 다른 선진국의 예를 보면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금과 함께 교육과 컨설팅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기회가 많고 물가가 낮아 소액자금의 구매력이 높은 저개발국이 아닌 경우 사업성공을 위해서는 자금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요소가 갖추어져야 하므로 선진국의 경우에 부대적인 조건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점이 이미 확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잘 감안하여 시민단체 혹은 비영리사단법인 등과 제휴를 하여 마이크로 크레딧의 수혜를 받는 계층에 대해 다양한 부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가 민방위 훈련 식의 형식적 교육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강구해 나가야 한다.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닌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등장하거나 복귀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면이 잘 참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둔 풀뿌리 시민단체와의 연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보이는 바 이러한 고리를 잘 만들수록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미국의 경우 시티은행이나 BOA같은 유수한 제도권 은행도 마이크로 크레딧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들은 멕시코 같은 신흥시장국의 마이크로 크레딧 분야에 진출하여 이윤과 함께 브랜드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향후 동남아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가진 우리나라 은행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부분이다.

세계적인 예를 볼 때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가 주로 여성들에게 제공이 되고 있는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 MIX(Microfinance Institution Exchange)의 자료를 보면 2008년 현재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의 수혜자중 67%가 여성인데 이는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업규모가 작으면서 지속적으로 알차게 수익을 올리는 업종은 주로 요식업종에 분포되어 있고 이런 면에서 기혼여성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이들은 자녀양육을 병행하면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이 이를 영위하는 것이 바람직한 부분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소금융제도가 자금 대출 뿐 아니라 경영컨설팅까지 해 준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바 이 부분에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나의 제도가 시행되어 정착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 제도는 우리 경제 내에서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되기 시작한 셈이다. 이 제도가 금융소외계층의 목마름을 적실 수 있는 샘물 같은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저자소개: 윤창현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와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파생금융상품론’, '자본시장통합법시대 4천만의 이슈 경제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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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개방형병원 허용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투자개방형병원의 필요성을 인정한 반면, 보건복지가족부는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의료법은 의료인들만 병원을 설립할 수 있으며, 일반인이나 회사는 병원을 설립할 수 없도록 엄격한 진입규제를 하고 있다. 이러한 진입규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간의 경쟁을 제한하고 투자재원 조달을 어렵게 하여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투자 재원의 유입과 의료 공급자간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 그러므로 포퓰리즘에 기댄 무소신으로 또 다시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이 무산된다면, 의료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할 뿐이다.

투자개방형병원의 허용을 둘러싸고 이해하기 힘든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물론이고 찬성하는 측까지 과장되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을 쏟아내고 있고, 심지어는 연립정부도 아닌 다수당 단일 정부 내에서 상반된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국가 경제와 우리 보건의료체계의 특성을 총체적으로 조망하지 못하는 편협한 몰이해와 의료의 '비영리성’이라는 국민의 막연한 환상과 우려에 기대는 포퓰리즘이 합리적 정책결정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차별적 진입제한 규제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시장

알다시피 우리 의료법은 의료인은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데 반하여, 일반 시민과 상법상 회사는 병원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의료서비스 시장에의 차별적 진입제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입 규제는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quality) 저하를 예방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의료법에서 진입규제를 부과하는 이유를 굳이 들자면 “의료의 비영리성 확보”를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쟁점은 과연 이러한 진입규제가 합리적인 규제목표를 갖고 있는가? 만약 규제목표가 합리적이라면 규제목표에 합목적적인 규제수단인가? 하는 점을 규명하는 일이 된다.

첫째, 과당경쟁을 이유로 일반인과 영리법인의 의료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규제의 목표와 수단 양 측면 모두 합리적이지 않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진입 총량을 규제할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 의료서비스 요구가 양적, 질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건강보장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반구조인 의료서비스 산업에의 참여자와 투하 자본이 더욱 증가되어야 한다. 의료서비스 공급이 크게 부족하던 수십 년 전부터 현재까지 동 규제가 지속되어 왔다는 것은 동 규제의 목표가 과당경쟁의 예방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설혹 과당경쟁의 방지가 진입제한 규제의 합리적 목표인 경우에도, 설립 주체의 성격을 따질 것 없이 의료서비스 시장 진입의 전체 총량을 규제하는 것이 합목적적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진입제한 규제는 목적에 어긋나는 불필요한 규제일 수밖에 없다.

둘째, 동 규제가 “의료의 비영리성 확보” 목표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규제수단인가? 매우 회의적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종합병원의 16.3%, 병원의 56.9%, 그리고 거의 모든 의원이 의료인 개인 소유의 영리(for-profit) 의료기관이다. 개인 의료기관의 경우 이익배당이나 재산 처분 등에 관한 아무런 제약이 없으므로 법적, 실체적 영리의료기관은 광범위하게 실존하는 셈이다. 이처럼 의료인 개인에게 영리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어 있는 상황에서 “의료의 비영리성 확보”를 이유로 일반인 및 영리법인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근거나 이유를 찾기 어려운 차별적 규제일 뿐이다.

진입규제는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

민간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실제 행태에 비영리성이 실제로 발현되느냐 하는 것도 의문이다. 민간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의 경우 기본재산(자기자본)만으로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어 대다수가 상당액의 차입(타인자본)을 통해 투자 및 운영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 활동에 의해 발생한 이익을 타인자본 조달의 비용인 이자를 갚는데 충당하여야만 한다. 그런데, 이익을 이자를 갚는데 충당하는 행위는 영리법인인 회사가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데 사용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이자 상환의 부담은 이윤 배당의 부담에 비할 바가 아니므로 필요하다면 영리의료기관 이상의 영리행동을 통해 재정을 확보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간 의료기관은 필연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원, 기부금 등 별도의 수입이 존재하지 않는 한, 비영리나 영리를 막론하고 이자 변제 또는 이윤 배당을 위해, 그리고 재투자 재원의 확보를 위해 이윤추구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업 활동의 내용에 있어서 영리, 비영리 의료기관 사이에 별다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컨대, 일반적인 의료소비자가 동네 병원을 이용할 때 개설주체가 개인(영리)인지 의료법인(비영리)인지 분별해 가면서 이용하는가? 거의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

민간이 90% 이상의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의료의 현실에서 “의료의 비영리성”을 진입제한 규제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허망하다. 진입제한 규제 보다는, 일반인 및 영리법인 개설 의료기관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 대하여 공공성을 촉진하기 위한 각종 유인 및 방안을 어떻게 하면 더욱 정교하게 마련하고, 더욱 엄밀하게 집행할 수 있느냐에 “의료의 비영리성 확보”가 달려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현재의 의료기관 개설 주체 규제는 규제의 목표, 수단 모두 합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불합리한 규제가 우리 의료, 그리고 의료소비자인 대다수 국민에게 주는 해악은 결코 작지 않다. 일반인과 영리법인의 참여를 부당하게 가로막아 소비자를 향한 의료공급자간의 경쟁을 제한하고, 투자재원 조달을 어렵게 하여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장되고 왜곡된 투자개방형병원 부작용

최근 발표된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공동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의료서비스 시장의 진입규제를 개혁하여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을 허용하면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부가가치 및 고용이 창출되는 등 산업적 측면에서 기대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적극적으로 개혁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갈등과 혼선을 빚는 것은 개혁이 빚을 부작용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작용에 대한 지적은 잘못되었거나 과장되어 있다.

'중소병원 몇 곳이 폐쇄된다’가 중요한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것을 보면 조금은 한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투자개방형병원 허용은 필연적으로 의료공급자의 총량을 증가시키고, 동시에 공급자간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공급자는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다. 시장진출입이 자유로우면 공급의 공백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렇게 되는 것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무엇을, 누구를 염려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의료비 증가 우려 역시 매우 왜곡되어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면 정부에서 정한 건강보험 수가가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개별 환자 진료비가 증가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건강보험의 수가 규제로 현재 개인(영리)병원이나 의료법인(비영리)병원이나 환자 진료비에 있어 별 차이가 나지 않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물론 투자개방형병원 허용으로 의료공급자가 증가하게 되면 전체 의료비는 증가할 수 있다. 3분 진료에서 5분 진료, 10분 진료로 국민이 원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하고, 그러자면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정부가 세심하게 관리하고,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정보 제공을 더욱 활성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증가하는 의료비가 가치 있게 쓰여지도록 하면 현 단계에서 의료비 증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의료비가 증가하는 이상으로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큰 염려는 저소득계층의 의료이용이 부당하게 제약받지 않을까 하는 점인데, 이러한 염려 역시 상당부분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투자개방형병원이 '2배에서 4배까지 진료비를 올려 받을 수 있다’면 마땅히 우려할 만하다. 그러나 전제가 대단히 잘못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제도 하에서처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유지되는 한 투자개방형병원의 진료비도 현재의 개인(영리) 병원과 전혀 다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개방형병원 허용은 의료서비스 산업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투자 재원의 유입과 의료 공급자간의 실효적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혁신 수준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하여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의료소비자 요구에 부응하여 더욱 큰 가치와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의 환상에 젖은 무모하고 대안 없는 비판과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신, 그리고 포퓰리즘에 기댄 무소신이 개혁의 발목을 잡는 상황을 돌파하지 못하는 한, 우리 의료의 선진화는 요원할 뿐이다. ■

이기효 _ 인제대 보건대학원장

저자소개: 이기효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병원경영학회 정책연구이사와 국무총리 산하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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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또 다시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은 노동계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타임오프제를 도입한 협의안을 만들었으며, 한나라당은 협의안 보다 더 나아간 노조관계법 개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안 모두 노동계의 요구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사정합의안은 타임오프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고, 한나라당 안은 임금을 받는 노조활동 범위를 더 넓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은 더 이상 유예해서는 안되며, 현행 법 대로 시행되어야 된다.

노조에 발목이 잡혀 13년 동안이나 유예되어 온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2010년부터 실시될 예정이자 정치권과 노동계가 협상을 하느라 최근 바쁘게 움직여 왔다. 그런데 그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 다시 '유예’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친노정책을 편 이전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유예가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지만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유예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 같아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노조의 막강한 파워로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순위가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다가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141개국 가운데 113위로 추락하여 국가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유예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면 앞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아질 가능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타임오프제가 포함된 노사정 합의안 문제있다

출발은 좋았다.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지난 10월 1일 취임식을 갖고, '13년이나 미루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를 올해는 꼭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가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후진적 노사관계 틀을 바로잡는 핵심 개혁과제”라고까지 말했다. 이를 놓고 노조측은 거부 반응을, 사용자측은 환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노동부장관의 생각대로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우려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노조전임자 문제와 복수노조 문제는 원안대로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계속해서 노조관계법 개정을 요구해 왔다. 2009년 12월에 들어와 정부와 노동계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으며, 12월 4일에 노사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우여곡절 끝에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는 6개월이 유예되어 2010년 7월부터, 복수노조 허용은 2년 6개월이 유예되어 2012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 실시 조건으로 타임오프제가 도입되었다. 타임오프란 사측이 노조전임자의 임금 전액을 주는 것을 금지하되 노조 간부가 노사교섭, 근로자 고충처리, 산업안전 조사 등 노무업무를 위해 활동한 시간만큼은 임금을 주는 제도다.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의 경우 노조전임자임금지급이 금지되면 조합비로 전임자임금을 전액 보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1~2명의 전임자는 둘 수 있도록 시행령에 장치를 마련키로 합의되었다고 한다. 임태희 노동부장관도 간담회에서 이를 밝혔다.

정치적으로 변질된 한나라당 노조관계법 개정안

그런데 타임오프제를 통해 중소기업의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은 새로운 불씨를 남겨놓았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어느 시점에서 대기업이 파업을 통해 대기업의 경우에도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를 철폐해줄 것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복수노조 허용 유예와 관련해서는 실시 시점이 2년 6개월 연장된 2012년 7월부터인데, 이 무렵에는 대한민국 전체가 대선 열풍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 때는 우파․좌파 가릴 것 없이 표를 얻기 위해 노동계를 끌어들이려고 할 것이고, 노동계는 복수노조 허용 유예 또는 철폐를 놓고 맞설 것이 뻔하다.

가관인 것은 민노총이 제외된 채 이루어진 노사정 합의안을 바탕으로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관련법 개정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관련된 노사정 합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관련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개정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개정안은 노사정 합의안에 담긴 타임오프제보다 임금을 받는 노조활동 범위를 더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다. 즉, 한나라당의 노조법 개정안 24조3항은 '노조전임자는 시행령으로 정해진 통상적 노조 관리업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 처리, 산업 안전 등의 활동을 할 때는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대목은 '통상적 노조 관리업무’인데, 이대로라면 노조전임자에게 사실상 현재처럼 임금이 지급되리라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는 두고 볼 일이다.

13년 동안이나 유예되어온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2010년 실시를 앞두고 정치권과 노동계 사이에 전개되어온 내용을 평가할 때, 지금까지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고 외치던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과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노조관계법, 현행 법대로 시행해야

철도파업이 2009년 12월 3일 8일 만에 '백기투항’한 것은 법과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다. 철도파업을 주도한 40명 노조 간부 가운데 12명이 해고자였다고 한다. 철도공사 직원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들의 복직을 위해 노조를 앞장세워 국민과 국가경제를 볼모로 투쟁을 벌이자 이명박 대통령이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법이 준수돼야 한다’고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철도파업은 쉽게 끝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법과 원칙 고수를 통해 노조의 불법파업을 해결한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까 생각된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거릿 대처가 집권한지 5년쯤 지난 1984년 3월 6일 석탄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같은 날 국영석탄공사가 대처의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1985년 중에 채산이 맞지 않은 탄광 약 20개소를 폐쇄․통합하고 직원 2만 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노조측에 제시한 것이 파업의 발단이었다. 노조위원장 스카길은 2회에 걸쳐 파업권 확립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의 투표를 실시했으나 실패하자 각 지부가 일제히 파업에 돌입하는 전국적 파업 전술을 채택했다. 파업은 363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대처는 석탄을 몰래 수입해놓고 석탄노조의 파업에 대처했다. 석탄노조가 363일 동안 끌어오던 파업은 스카길 위원장이 드디어 “여러분, 투쟁은 물론 계속합니다. 그러나 파업은 끝입니다”라는 선언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스카길은 1974년 전국탄광파업을 통해 당시 보수당 히스 정권을 무너뜨린 '제왕’ 같은 노조위원장이었다. 그러한 그가 '법과 원칙을 고수한 철의 여인’ 대처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뉴질랜드도 교훈을 준다. 영국인들은 '신이 내린 천국’을 건설할 목적으로 1800년대 초부터 뉴질랜드에 정착하기 시작하여 세워진 나라다. 영국인들은 출발부터 노동자를 특수상품으로 우대하면서 뉴질랜드를 '노동자 천국’으로 건설해 갔다. 뉴질랜드는 1894년 노동자 천국의 기반을 마련해 준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을 도입했고, 같은 해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했다.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을 기반으로 뉴질랜드는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도입했고, 1916년 노동당을 창설하여 1935년 집권에도 성공했다. 노동당은 모든 노동자를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케 했고, 이로 인해 뉴질랜드는 노조천국이 되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뉴질랜드는 노동시장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였다. 그러다가 볼저 수상이 1991년 '고용계약법’을 도입하여 100여 년간 유지되어 온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분권적 노사관계로 혁명적으로 바꿔버렸다. '합리적인 법 도입과 법 고수’로 뉴질랜드는 노동개혁에 성공하여 지금은 세계에서 노동시장이 가장 유연한 다섯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정치권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잘못된 과거가 있다. 비정규직보호법 도입이 그렇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내건 최대 선거 이슈였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후 가진 대국민 첫 TV성명에서조차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비정규직보호법을 도입하려 했으나 노사정위원회가 파행만 거듭하자 법 도입을 국회로 떠넘겼다. 비정규직 법안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 발의 후 1년 4개월 동안이나 표류하다가 급기야 지방선거와 대선 일정을 염두에 둔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야합하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006년 2월 27일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그 후 이 법안은 2007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2006년 11월 30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보호법이 가져올 문제점을 지적한 정치가는 별로 없었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으로 그동안 정규직은 감소한 채 비정규직만 증가했고, 2009년 7월 이후에는 비정규직 대란이 일어나 비정규직마저 감소했다는 사실을 정치가들은 기억해야 한다.

입법을 담당하는 정치가들이여! 법과 원칙을 지켜야만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또 유예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독일만큼이나 노동시장이 경직된 나라다. 법과 원칙을 적용해야만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박동운 /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저자소개: 박동운 교수는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CEO 정신을 발휘한 사람들」,「시장경제이야기 Q&A」,「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 대처리즘 」외 다수가 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