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출범한 LH공사의 부채문제는 공기업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기업은 본질적으로 사업확장을 추구하는 조직이며, 또 사업목적과 재원을 명확하게 연계한 계약보다는 이해관계집단이나 정부와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더 선호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장기적인 해결은 민영화를 전제로 한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2009년 9월 8일 국토해양부는 '15년 숙원 주·토공 통합, 이명박 정부에서 결실’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양 공사의 통합은 '핵심기능 위주 기능개편, 조직슬림화와 정원조정을 통한 경영효율화’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기대와 달리, 1년 후인 2010년 8월 16일 통합 LH공사는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하였다. LH공사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로 경영정상화가 어렵기 때문에 '비상경영 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미매각 자산 판매, 합리적 사업조정, 유동성 리스크 관리, 조직혁신 등을 포함하여 부채문제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9월말까지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이 날 많은 언론사는 통합 LH공사가 끝내 비상경영을 선포하였음을 아쉬워하며, 심각한 부채문제를 '118조원 빚에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전국 400여 곳에서 벌어질 토지 및 주택개발사업 중단과 연기를 우려하며, LH공사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제 전문가들은 LH공사 쇼크에 대해 '이제까지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또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대답해야 한다. 보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이며 장기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와 공기업의 본질1: 사업확장

가장 먼저 우리는 정부와 공기업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한 마디로 사업확장이다. 이는 정부와 공기업에 종사하는 관료들(정책사업을 집행한다는 측면에서 공기업 임직원들을 포함)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소비자, 기업가처럼 지극히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효용극대화를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관료들도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예산과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강제력을 독점하고 있고, 또 정부의 목표가 순자산가치 극대화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관료들도 너무 잘 알고 있으며 또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관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에 충실하기 위하여 관련 사업들을 확대하고자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들은 거짓말에 탐닉하지는 않지만 사업확대에 지장이 되는 정보를 국민들에게 적극 제공하지 않는다. 사후에 관료들에게 '왜 그런 정보를 미리 제공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면 '왜 그런 정보를 미리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준다. 이와 같이 관료들은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을 적극 활용하며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사업확장을 꾀한다.

관료들의 사업확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틀을 통해 유인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공기업의 사업확장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사업을 민영화하며 정부가 손을 떼는 수밖에 없다. 물론 민영화된 기업도 사업을 계속 확장하여 '118조원의 빚’을 질 수 있지만, 재산손실을 우려하는 민간 주주와 채권자들은 이를 그대로 방치할 리 없다. 더구나 '118조원의 빚’을 졌다 하더라도 이들은 재산손실을 줄이는 방안이라면 기업의 공중분해까지 감행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활동이 신축적으로 조정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통합을 통해 공기업으로 남게 된 LH공사에는 민간의 주주도 없으며 또 채권자들도 재산손실을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 LH공사는 법률에 의해 설립된 특별법인이며 또 공사채는 정부보증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그 누구도 LH공사의 '118조원의 빚’ 때문에 자기가 손실을 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정부가 손해를 보지만 정부의 손해는 모든 국민들이 분담하므로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을 정부로 생각하며 고통을 겪는 사람은 없다. 결국 경제환경이 변화하더라도 공기업은 신축적인 조정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통합 LH공사의 출범으로 양 공사 중복기능의 인력을 감축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LH공사로 통합되었다고 하여 공기업의 사업확장적 유인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LH공사는 2009년 통합이후 점진적으로 총정원 대비 24%의 인력감축을 계획하였으나, 2010년까지 인력감축은 거의 손대지 못한 채 연수 파견자를 2배 늘이는 편법을 썼다고 한다. 결국 민영화를 전제하지 않고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확장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한 것이다.

정부와 공기업의 본질2: 얽히고설킨 관계

관료들은 정보의 비대칭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집단들과 이해관계를 섞어 거대한 범관료집단을 형성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한다. 공기업의 구조조정에 의한 사업감축에 격렬하게 저항할 수 있는 이해집단들을 사전에 공고하게 형성하는 것이다. 이해관계를 복잡하게 얽히도록 한다면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일이 너무도 복잡하고 짜증스러운 일이 된다. LH공사가 전국 400여 곳에서 사업을 폭넓게 추진한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얽히고설킨 관계는 정부와 공기업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는 상대방의 기회주의적 태도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관료들은 이를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서로 끈끈하고도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정책실패의 책임을 모면하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긴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공식적인 체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다면 관료들은 편법적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더욱더 복잡한 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공기업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상호간의 회계처리가 명확하지 않은 데서 나타난다. LH공사의 재원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제공한 출자금과 정부가 독점적으로 부여한 택지공급사업의 토지개발이익이다. LH공사는 부동산 경기가 과열 상승할 때 토지개발이익을 통해 상당한 독점이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신 정부는 그 대가로 신도시 등 택지개발, 서민용 주택 및 국민임대주택,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개성공단, 도시재생, 보금자리주택 등 정책사업들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정부가 LH공사에 제공한 자원(출자와 독점사업권)의 가치와 그 대가로서 LH공사가 수행한 사업의 정책가치는 명확하게 계리되지 않아 서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물론 이들의 시장가치를 엄밀하게 추정하고 각종 정책사업별 원가를 구분 계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정부와 LH공사가 개략적으로 합의하고 정산하는 틀을 갖추고 또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체제가 구비되었더라면 정부와 LH공사의 관계는 단순명료하였을 것이다. 객관화되고 명문화된 수치에 대해 정부와 LH공사가 사전 합의하였더라면 원가절감, 효율성에 대한 유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향후 대책: 민간기업을 참조하라

LH공사의 충격은 공기업에 대해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가?

첫째, 사업확장이라는 공기업의 본질적 유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영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파산이라는 자기책임적 자연치유력만이 제반 사업의 위험을 공정하게 판단하는 기반이다. 물론 민영화를 당장 구현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공기업 관리의 궁극 목표는 민영화로서 이를 향해 부단히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LH공사의 독점구조 타파와 민영화를 목표로 중장기적인 택지개발정책이 재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의 재정지원과 LH공사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구속력 있는 협약이 체결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 협약에는 정부의 지원사항이 포함되겠지만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경영진의 집단책임을 묻는 조치가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민간기업의 파산 또는 법정관리에 준하는 조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조정 협약에는 정부와 공기업 사이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구분회계와 사업별 원가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민간기업의 활동과 비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옥동석 /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저자소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경제학박사. 인천대학교 무역학과에 재직 중이며 주로 제도적인 관점에서 재정학을 연구하고 있다. 2007년에는 시장경제대상(학술부문)을 수상하였으며, 가장 최근의 저술로는 『재정지표, 재정범위 그리고 중앙은행』(2010년 발간예정, 한국조세연구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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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외환위기 시의 중복투자 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과 우리나라 부동산에서의 중복투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복투자가 일어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유시장에서 중복투자가 발생하는 경우로 이 경우 시장에서 빠르게 정리되어 사라지므로 걱정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시장이 정부에 의해 통제된 경우의 중복투자이다. 이는 제도 또는 정부정책의 오류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반복적이고 대규모의 폐해를 낳는다. 그렇다고 하여 정부가 나서서 중복투자 해소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개입은 시장작동을 오히려 저해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도를 시장에 맞게 만들고 정부 개입을 그만두는 것이 옳다.

1997년 경제위기 시에 김대중 정부는 중복투자를 이유로 삼성자동차를 매각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가 합병하도록 종용했다. 그 결과 삼성자동차는 르노자동차에 매각되었고 LG반도체와 현대전자는 합병하여 하이닉스가 되었다. 최근에는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 부문에서 중복투자가 대규모로 발생하였고, 지금 양국은 그런 중복투자를 청산하거나 구조조정하고 있는 중에 있다. 미국의 경우에 미분양 부동산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고조에 달했을 때 어림잡아 2백만 가구이고, 한국은 미분양 아파트가 최대 약 16만 가구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 글에서는 중복투자가 발생하는 두 가지 원인을 설명하고 그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복투자의 두 가지 원인

첫째, 자유시장에서 중복투자가 일어나는 경우를 생각해 본다. 이 때 자유시장이란 화폐와 금융 시장을 포함한 모든 시장이 정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1) 기업가의 본질적인 기능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훌륭한 기업가라도 잘못된 미래 예측에 의존하여 잘못된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투자가 한 산업에서 일어나면 우리는 그것을 중복투자라고 부를 수 있다.2) 기업가는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또는 자신의 잘못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언제나 노력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 중복투자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정리되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적어도 시장이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인 한에서는 '기업가의 오류'에 의해 발생하는 중복투자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둘째, 시장이 정부에 의해 통제된 경우이다. 특히 화폐와 금융 제도가 정부에 의해 통제된 경우를 분석해 본다. 현재 화폐의 제조는 정부에 의해 독점되어 있고 은행의 이자율은 정부에 의해 규제되어 있다.3) 비록 이자율 규제는 간접적인 것이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면, 화폐의 제조와 유통과 관련한 시장이 자유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증대시켜 이자율을 사람들의 시간선호에 의해 결정되는 이자율보다 인위적으로 낮추면 경기변동이 발생한다.4) 경기변동은 붐(boom)과 버스트(bust)로 이루어진다. 붐 기간에 기업가는 과오투자(malinvestment)를 하게 되고 소비자는 과소비(overconsumption)를 하게 된다. 특히 과오투자는 자본재 산업들에 집중으로 발생한다. 여기에서 과오투자가 한 산업에서 일어나는 것을 중복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중복투자는 정부의 화폐와 금융 제도에 의한 통제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제도 또는 정책 오류'이고 그 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기업가적 오류와 다르다.

미국의 경우에, 1990년대에 발생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분야에서의 버블, 즉 IT버블과 2000년대 후반에 발생한 부동산버블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 경우 모두 경기변동 현상이지만 IT와 부동산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 중복투자이다. 한국의 경우에 붐의 말기에 부동산 부문에서 중복투자가 일어났음이 거의 언제나 드러났다. 물론 두 나라 경우에 다른 부문에서도 경기변동으로 인한 과오투자가 발생했지만 IT나 부동산처럼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복투자는 제도 또는 정책 오류가 원인

정부에 의한 화폐와 금융 제도에 대한 통제 때문에 발생한 제도 또는 정책 오류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그 폐해는 대규모이다. 이것을 중복투자에 적용하면 제도 또는 정책 오류에 의한 중복투자는 반복적이고 대규모라는 것이다. 정부가 화폐와 금융 시장을 자유시장으로 만들 때만이 이 경우의 중복투자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5)

제도 또는 정책 오류에 의해 중복투자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그런 중복투자를 해소할 것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기업가는 생존을 위하여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복투자의 해소를 정부가 강요해서도 안 된다. 정부의 지시나 종용은 또 다른 형태의 간섭으로 시장의 작동을 오히려 방해하기 때문이다.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제도 또는 정책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화폐와 금융 제도를 자유시장에 맞게 만들고 간섭적인 정부 정책을 그만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통화량을 증대시키고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경기변동으로 인한 과오투자 또는 중복투자의 청산을 시장 과정에 맡기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에 현재 정부가 나서서 상당수 미분양 아파트를 세금으로 사들이고 있다. 그렇게 하여 아파트 가격의 하락을 억제함으로써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거나 억제한다. 미국의 경우에 이자율을 오랫동안 낮게 유지함으로써 부동산 산업의 구조조정을 억제하거나 왜곡한다. 그리고 이 점은 한국도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  

강요된 구조조정 등은 중복투자의 반복적 발생을 유발

중복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중복투자 자체보다는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삼성자동차와 하이닉스의 경우처럼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것은 경기변동의 원인을―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기업가의 잘못된 투자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행위는 물론 경기변동의 원인을 위장함으로써 경기변동 또는 중복투자의 반복적 발생을 돕는 것이다.6) 그 점에서 그런 행위는 경기변동으로 인한 중복투자의 해결을 한 층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이 점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중복투자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

전용덕 / 대구대학교 교수, 경제학

저자소개: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유주의 철학과 시장경제원리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다. 주요저서와 논문으로는 '헌법재판소 판례연구(공저)’,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화폐․금융제도’, '인간, 경제, 국가(역서)', Conglomerates and Economic Calculation, A Note on Cartels 외 다수가 있다.


1) 정부의 간섭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모든 통제와 규제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권 보호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제도와 그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무력을 합법적으로 유지하고 사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2) 기업가의 투자도 소비자의 소비와 마찬가지로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전적으로(ex ante) 중복투자라는 개념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가 현실화되었을 때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투자는 구조조정되어야 한다. 그 점에서 그것은 중복투자인 것이다. 
3) 이 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전용덕,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기변동이론과 화폐․금융 제도』, 한국경제연구원, 2009와 전용덕․김학수 공저, 『정책실패와 국제금융위기』, 한국경제연구원, 2009를 참조.
4) 경기변동의 발생 원인과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전용덕(2009), 전게서와 전용덕․김학수(2009), 전게서 참조.
5) 화폐와 금융 시장이 자유시장이 되더라도 경기변동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 규모가 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자유시장이 중복투자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6) 정부가 통화량을 증대시켜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경기변동과 함께 인플레이션도 발생한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때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원인으로 소위 '투기꾼'을 지목한다. 정부의 이러한 행위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위장한다는 점에서 경기변동 또는 중복투자의 반복적 발생과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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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서민정책의 의도는 통상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서민층의 삶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정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친서민정책은 목적과는 무관한 사법을 목적에 좌우되는 공법으로 전환시키는 시장경제의 공법화로서 이는 수많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적 정당성도, 서민층을 위한 실익도 없이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만을 초래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자유시장경제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MB정부)는 정부의 중요한 목적을 서민의 특수한 욕구와 희망을 충족시키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서민을 위한 정책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졸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보금자리 주택, 공공사업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등, 다양한 정책으로 서민을 돌보려고 한다. 서민층의 '금융소외’를 완화하기 위한 미소금융과 햇살론도 있다. 서민정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정책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전문가조차도 전부 알 수 없을 만큼 서민정책이 아주 복잡해지고 있다.

서민정책의 의도는 서민층의 삶을 보살피는데 초점을 맞춘 '사회정의(social justice)’를 실현한다는 데에 있다고 한다. 물론 MB 정부는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사람들의 말을 자세히 읽으면, 사실상 분배정의를 의미하는 사회정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부가 서민층의 이익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사회구성원들의 사적인 활동을 조종․ 통제하자는 것이다.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돌보겠다는 MB 정부의 의도를 누가 나무라겠는가. 그러나 의도가 좋다고 해서 결과도 좋은 것이 아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자기 나름의 원리가 있듯이 시장경제도 자기 나름대로의 원리가 있다. 그 원리를 위반하면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MB 정부의 국정철학: 사회적 시장경제

흥미로운 것은 MB 정부의 국정철학 또는 이념적 위치이다. 집권초기에는 매우 애매한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시장경제에 매우 우호적이었다. 세금인하와 규제완화가 정책기조였다. 그래서 이념적으로 자유시장경제였다.

그러나 자유의 이념을 내치고 친 서민정책을 표방하는 국정철학으로 급선회했다. 서민정책은 어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컨셉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듯하다. 그때그때 직관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필요에 따라 개별적인 정책을 수시로 토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MB 정부의 국정철학’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MB 정부가 지금까지 쏟아낸 서민정책들을 머릿속으로 종합하여 상상해보면 분배를 위한 “거대한 설계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념적 명찰을 붙이면 분배정의를 위해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제한 없이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이념’이다. 흥미롭게도 이것은 분배정의를 강조하던 김대중 좌파정부의 명시적인 국정철학이었다. 노무현 좌파 정부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두 전임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의 장본인이 아니던가.

어쨌든 MB 정부의 친서민정책 올인(all-in)은 정치적 이슈를 선점당한 좌파민주당에게는 분통터질 일이고, 자유주의로 집권을 해 놓고는 반(反)자유주의로 간판을 바꾸었으니 우파지식인들의 허탈감이야 오죽하겠는가.

사회입법을 통한 시장경제의 공법화의 위험

서민층을 위한 분배정의의 실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입법(social law making)’이다. 이것은 서민층의 이익증진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사회구성원들의 사적인 활동을 조종하고 지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사회입법은 항상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법(public law)과 동일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염두에 둘 것은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로서 시장경제는 목적과는 독립적인 그리고 보편적 성격의 사법(private law: 영미법에 따라 민법과 형법을 포함)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법의 테두리 내에서 개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유로이 자신들의 지식을 추구한다.

따라서 MB 정부의 친서민 정책은 목적과는 독립적인 사법을 목적에 좌우되는 공법으로, 다시 말하면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특정한 목적에 좌우되는 그리고 계층적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조직(organization)으로 점진적으로 전환시킨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공법은 원래 경찰조직, 사법부조직, 행정부조직과 같은 정부'조직’을 위해 정부 몫으로 할당된 인적․물적 자원의 관리운영과 관련하여 필요한 것이다. 사회입법을 통한 공법화는 이와는 전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그 같은 자원의 관리운영을 넘어서 시민들과 시민들의 재산까지도 강제적인 관리운영의 대상이 된다. 공적 영역이 사적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말한다. 서민층의 특수한 편익을 위해서이다.

시민들이 폭력이나 사기, 기만 또는 계약의 위반이나 불법행위와 같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부자 또는 대기업이라는 또는 납세자라는 이유로 국가의 강제가 그들과 그들의 재산에 행사된다. 이것이 사회입법을 통한 시장경제의 공법화가 치러야 할 끔찍한 대가이다.

정부는 미소금융에서처럼 누가 출자하고 얼마의 이자로 누구에게 대출할 것인가를 강제적으로 지시하고 명령한다. 임대료 동결, 주택대출제한도 사법을 공법으로 전환시키는 사회입법이다.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 증대와 고용확대를 독촉하는 것도 그 같은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 이에 덩달아 장관들도 대기업들에게 겁주고 옥죄는 발언도 기업들과 그들의 재산에 대한 정부의 관리운영이라는 공법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주지해야 할 점은 시장경제는 자생적 질서라는 것, 그래서 그것은 정부의 특수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수많은 개인들이나 기업들이 제각기 서로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목적 수단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공법화할 수 없는 이유다.

시장경제의 자생적 질서와 사회정의의 신기루

흥미롭게도 서민층을 위한 정부의 끔찍한 강제행사는 분배정의를 의미하는 사회정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이 같은 정당화는 시장경제에는 분배하는 실체가 존재하고 있고, 그 실체의 정의롭지 못한 분배행위 때문에 서민층이 생겨나고 가난해졌다는 믿음을 전제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은 대기업 때문이라는 주장도 그 같은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대기업이 없어지면 중소기업이 잘되고, 부자가 없어지면 서민층이 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믿음은 시장경제는 자생적 질서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생겨난 것이다. 자생적 질서란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저절로 생겨난 질서이다. 계획된 질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분배와 연관시킨다면 시장경제에는 분배하는 실체가 없다. 그것은 분배하는 인격체도 아니다. 개인들이 버는 소득은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대기업이 의도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분배하는 인격체가 없기 때문에 시장경제와 관련하여 분배라는 말 자체도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생겨나는 소득에 대하여 정의롭다거나 정의롭지 못하다고 따지는 것, 다시 말해서 사회정의는 하이에크(F. A. Hayek)가 정곡을 찌르듯이 “신기루(illusion)”일 뿐이다. 사회입법을 통한 국가의 강제는 도덕적 정당성이 없다는 말이다. 폭력이나 도둑질, 사기 등으로 돈을 벌지 않은 이상, 사법규칙으로 구현된 정의의 규칙을 지키면서 돈을 벌었다면 이를 강제로 정부가 관리운영할 이유가 없다. 이를 관리운영한다면 애초에 지켰던 정의의 규칙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사회정의 또는 분배정의는 사법규칙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사법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 그 결과는 공법적 사회입법이 지배하는 끔찍한 사회이다.

서민층 구제를 위한 사회입법의 함정

정부는 서민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그리고 제거할 수 없다고 여길 수 있는 서민층의 불만은 없다는 믿음으로 서민정책을 토해내고 있다. 이런 믿음이야말로 치명적 결과를 야기하는 지적 자만이 아닌가. 여기에 서민층을 위한 사회정책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 함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두 가지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특정한 개인이나 그룹의 불평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 조치를 취하면 다른 곳에서 새로운 불평들이 연속적으로 생겨난다는 점이다. 둘째로 정부의 정책적 조치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야기하고 이 결과를 제거하기 위해 취한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규제는 규제를 낳고 그 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낳는다는 말이 그래서 생겨났다.

저소득층의 자활을 위한 정부주도 금융상품 공급에서 한 금융상품이 나오고, 이 상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을 위해 새 금융상품이 또 나오고, 여기서도 소외된 사람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서민대출이 확대되고 있다. 미소금융과 그 변형, 햇살론, 희망홀씨 등이 이 같은 이유로 고안된 금융 대출상품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금융질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것이 서민층 구제를 위한 사회정책의 함정이다.

또 하나의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즉, 대출자금으로 벌이는 사업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실패하여 원금과 이자를 못 갚는다면 어처구니없게도 그 책임은 납세자가 진다. 더구나 서민정책의 대부분은 정부지출의 대폭적인 증가를 야기하고 이것은 상당부분 나랏빚으로 연결된다.

적정이자율, 적정농산물가격 또는 적정 등록금인상률을 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자의적인 가격규제는 시장의 행동조정을 교란하여 자원배분이 왜곡된다는 것도 사회정책의 함정이다.

서민정책의 함정에서 저성장-고실업이라는 곤경에 처했던 대표적인 경제가 독일과 스웨덴 경제였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정책이 보호받을 저소득층의 확대를 야기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미국 발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도 저소득층의 주택소유를 위한 담보대출정책이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70년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으로 연명할 정도로 영국경제를 파국으로 몰아갔던 것도 친 서민층 정책의 탓이었다는 것도 주지해야 한다.

사회적 시장경제가 아닌 자유시장경제를!

서민층의 삶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정의는 신기루이다. 사회정의를 위한 정부의 강제는 도덕적 정당성도 없고, 서민층을 위한 보호와 규제는 성공할 수도 없고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노약자나 신체적 정신적 무능력자 등의 삶을 보살피는 정부의 '서비스 기능’을 위한 사회입법은 필요하다.

MB 정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상생관계의 정립에서도 정부가 할 일은 많지 않다. 시장의 자생적 힘에 맡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예속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소기업 스스로 할 일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는 오히려 경쟁력 약화만을 초래할 뿐이다,

중소기업의 문제든, 서민층의 문제든, 해결책은 자유시장경제이다. 이것이 국민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번영을 보장한다는 것은 여전히 타당하다. 헤리티지 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가 이를 입증한다. 경제자유가 높을수록 경제적 번영이 크고 서민층의 소득도 증가한다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자유도가 세계랭킹 30위이다. 그러니까 2만 달러의 일인당 소득 수준도 세계랭킹 30위 정도이다.

MB 정부는 집권초기의 규제개혁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밀고 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노동부분은 물론 의료서비스 부문을 비롯하여 기업부문 등 수많은 필요한 규제개혁을 중단하고 말았다. 진정으로 서민층의 이익을 증진할 절호의 기회를 잃었다.

친서민정책에 몰두하는 정부아래에서 도대체 언제 일인당 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단 말인가? 한국경제가 수년 동안 2만 달러의 수준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잃어버린 5년’이라는 신조어가 이명박 정부에게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민경국 / 강원대학교 교수, 경제학

저자소개: 민경국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제도경제학회 부회장 겸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하이에크, 자유의 길’, '자유주의의 지혜’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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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후계구도와 권력동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김정일의 수명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현재 김정일은 그 기간 내에 세습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권력구도를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민심수습을 위한 내각개편을 단행했고, 측근들을 핵심 요직에 포진시키고 있다.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결정론이 유력한 가운데 김경희 핵심 역할론도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살펴보았다.

9월 중순의 북한 당 대표자회의 개최를 앞두고, 북한의 권력동향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북한사회의 폐쇄성으로 인하여 북한의 내부 권력동향에 관해 정확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대비하는데 북한의 후계구도와 권력동향에 관한 정확한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 즉, 북한 고위인사들의 총살형 및 숙청, 천안함 침몰사건, 최고인민회의 개최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북한의 권력동향과 세습후계체제의 정국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의 건강이상과 권력운용

북한에서 보도하는 김정일의 공개활동을 보면, 김정일의 건강이 상당히 호전된 것 같다. 금년 상반기 김정일의 공개활동은 총 77회이다. 즉, 군 21회, 경제분야 33회, 대외 6회, 기타 17회 등이다. 이는 역대 최다 공개활동을 했던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내용면에서도 작년과 같이 주로 경제 분야에 역점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지난 김정일의 중국 방문시, TV를 통해 본 바와 같이 김정일은 뇌졸중 후유증으로 편마비 증세 즉, 왼쪽 다리와 팔이 정상적이지 못하다. 중국측에서 흘러 나오는 정보 등을 참고로 하면 수명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김정일의 권력운용이 후계체제의 구축에 역점을 두고 권력운용하고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의 정치사를 볼 때, 김정일은 권력투쟁, 권력운용에 탁월하고도 매우 냉정한 사람이다. 따라서, 김정일이 건강이상으로 인해 정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후계체제와 관련해서는 직접 관장할 것으로 추론된다.

요컨대, 김정일은 '자신의 수명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전제아래 권력운용을 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즉, 김정일은 얼마 남지 않은 기간내에 세습 후계체제의 구축을 위해 권력구도를 정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치적 숙청작업과 공포정치를 단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부분이 김정일의 권력운용이 김일성의 경우와 다른 점이다.

최근 박남기 노동당 계획경제부장의 총살,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교통사고 등에 대해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숙청설이 도는 북한 고위인사는 <표1>과 같다.

<표1> 최근 3년간 숙청설이 도는 북한 고위인사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교통사고이나 숙청으로 추정(2010.6)

박남기

노동당 계획경제부장

화폐개혁 실패로 총살(2010)

김태영

노동당 계획경제부 부부장

화폐개혁 실패로 총살(2010)

최인규

노동당 선전선동부장

김정은 신성화 실패, 해임설

최승철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노무현정부 시절 대남사업 사실상 총괄,
대남정책 실패 이유로 처형설(2008)

권호웅

내각참사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 대남협상 주도,
대남정책 실패 이유로 해임 후 총살설.

 

후계체제구도 국면의 민심수습과 측근들의 포진

(1) 민심수습을 위한 내각 개편

김정일은 화폐개혁 후 경제난에 의해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고 후계체제의 구축을 위해 측근세력을 요직에 포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하였다. 즉, 김정일은 금년 6월 7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여 내각 총리를 포함한 경제관련 각료들을 교체하고, 매제인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하였다.

최고인민회의 주요 내용 및 정치적 의미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할 수 있다.

첫째, 후계체제의 구축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경제난으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인사를 단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로 경제관련 일꾼들이 화폐개혁후의 경제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경질되었고, 평양시당 비서 등 지역 당비서들이 발탁되었으며, 부총리직이 3명 증원되었다. 내각 총리에 발탁된 최영림 평양시당 비서는 김일성에게 경제비서로서 높이 평가받았지만, 1980년대 중반 부총리 시절에는 그다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다만, 최영림은 혁명유자녀 출신으로 성격이 온순하며, 조정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김정일은 자신과 친밀도가 높지 않지만, 김일성의 신임을 기반으로 대중적 평판이 원만하면서 후계체제 구상에 '권력적 위협’ 등 부담이 전혀 없는 인물을 총리로 발탁한 것이다. 그리고, 부총리를 종전의 5명에서 8명으로 증원함과 더불어 4명을 새롭게 임명하였고, 2명은 겸임토록 하였다. 김락희 황해남도 당 책임비서, 리태남 평안남도 당 책임비서를 발탁한 점이 주목되고, 조병주 기계공업상과 한광복 전자공업상 등은 내각 부총리를 겸임토록 하였다.

둘째, 언론에서 보도한 바 같이 장성택 중심의 후계체제 구도 강화를 지적할 수 있다. 장성택은 노동당 행정부장으로서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검찰소, 재판소에 대한 당적 지도를 관철하는 공안분야 책임자이다. 따라서, 장성택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일의 제의에 의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하게 됨에 따라, 국방위원회를 당적으로 지휘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당과 군의 공안기관 장악을 통하여 후계체제를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장성택의 후계체제 구도의 핵심역할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장성택은 김경희의 보좌역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셋째, 노동당이 권력 중추로서의 존재를 재차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사회주의체제에서는 당이 권력의 핵심기관인데, 북한도 노동당이 국방위원회를 비롯한 군부, 내각 등을 영도하는 최상위 기관이다. 단, 신격화 된 수령절대통치체제에서 김정일이 오랫동안 '1인 통치’를 해왔기 때문에 이점이 경시되었다. 게다가 선군정치의 깃발과 더불어 국방위원회가 등장하면서 더욱 경시되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제의 형식에 의해 김영일이 경질되고 최영림으로 내각 총리가 교체되었다. 즉,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정치국이 부각된 것이다. 후계체제 정국에서 노동당 정치국의 결정서 발표(2010.6.23)에 의해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당 대표자회(9월 중순) 소집’이 공고된 것을 고려해 볼 때, 향후 권력운용은 노동당이 중심이 되고,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핵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2) 측근들의 포진과 핵심인물

김정일은 권력의 레임덕을 방지하면서 후계권력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자신의 측근들을 중용하면서 핵심 요직에 포진시키고 있다.

김정일이 후계체제의 구축을 위해 주요 요직에 포진 시킨 핵심 측근 인물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비롯하여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 김정각 인민무력부 총정치국 제1부국장(대장), 박명철 체육상, 그리고 김정일 현지지도 주요 수행원인 현철해 국방위 국장, 이명수 국방위 국장 등이다.

이와 관련, 9월 당대표자회에서 누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기용되느냐가 핵심적 관심사항이다.

북한의 후계구도

북한의 후계체제 구도는 김정은 결정론이 유력한 가운데 김경희의 역할도 주목되고 있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신임이 가장 두터운 김경희가 후계구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즉, 김경희 핵심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1) 김정은 결정론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은 2009년부터 후계자로 부각되었다. 김정은의 후계자로서의 업적을 쌓기 위해 '150일 전투’ 등을 지휘하기도 하였는데, 북한 문건에서는 김정은을 “김정은 대장 동지” “장군님과 꼭 같은 신 선군령장이시다” 등으로 표기되고 있다.

'김정은 결정론’에 의하면, 김정일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계승시키기 위해 김경희-장성택을 중심으로 후계체제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자신의 공개활동에 김경희-장성택을 가장 많이 동행하고 있고, 최고인민회의에서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컴퓨터 제어장치의 개발을 축하하는 CNC노래가 라디오 등을 통하여 많이 흘러나오고 있고, '최첨단 돌파’를 강조하는 CNC 표지판이 '김일성 광장’에 세워져있다. 게다가, 초등학교 학생들의 컴퓨터 교육을 위하여 학교에 삼성 컴퓨터, DELL 컴퓨터 등을 보급하고 있다. CNC와 컴퓨터 등이 김정은 시대의 등장을 상징적으로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장성택이 김정일에게 고분고분한 순종·충성형이나, 포스트 김정일체제의 초기에 김정은이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할 경우 순순히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겨줄지는 미지수이다.

(2) 김경희의 핵심 역할론

김경희는 어릴 때부터 김정일이 각별히 아꼈던 누이동생이고, '만경대 혈통’이다. 따라서, 김경희는 김정일처럼, '신격화되어 있지 않지만’ 김정일과 거의 유사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게다가, 김경희는 김정은에게 고모로서 '유사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김경희의 핵심 역할론’에 의하면, 후계체제의 구축과정에서 김경희가 장성택보다도 더욱 더 핵심적인 인물이다. 즉, 장성택은 후계체제의 구축과정에서 김경희를 보좌하는 보좌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경희의 핵심 역할론’의 관점에서, 김정일의 공개활동에 김경희의 동행이 주목된다. 김경희는 김정일의 금년 상반기(6.28 시점) 77회 공개활동 가운데 55회로 가장 많이 동행하고 있다(<표2>참조). 작년의 경우, 김경희는 같은 기간에 수행 10위권에도 들지 못했었다.

김경희는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을 통하여 보도되는 김정일의 동행 활동 모습을 통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핵심인물로 부각될 수 있는데, 9월 당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표> 김정일의 공개활동 수행 횟수 상위 10인(2010.6.28시점)

순위

직책

횟수

1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 부장

56

2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45

3

김기남 노동당 비서

40

4

최태복 당비서
현철해 국방위 국장

25

6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장

24

7

이명수 국방위 국장
이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6.2사망)

21

9

김정각 군 총정국 제1부국장

19

10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12

 

배정호 /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저자소개: 배정호 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의 안보전략과 국가전략’ '아베 정권의 국내정치와 대외전략’ '전환기 동북아국가들의 국내정치와 대외전략’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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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부 재정지출 대비 복지지출의 비율이 아직 낮기 때문에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복지관련 예산은 지속적이고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 이는 2011년 예산요구액에서도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방만한 복지제도의 운영에 있었다. 인구구조의 변화 등에 따른 복지지출의 급팽창 가능성과 불가역성에 대해 크게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재정지출준칙을 만들어 정치적 동기에 의한 불필요한 복지지출 팽창을 막아야 한다.

복지의 함정: '반감기’ 뒤집어 보기

반감기(半減期, half-life)는 방사성 물질의 양이 초기 값의 절반으로 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반감기는 원래의 원자수와 무관하며 '붕괴상수’의 값에 의존한다.

'반감기’를 역(逆)으로 생각해 보자. 어떤 연못이 있는 데, 그 연못이 1개의 연꽃에서 출발해 온통 연꽃으로 덮이는 데 '30’일이 걸리고, 연꽃으로 완전히 덮이면 그 연못은 죽는다고 가정한다. 만약 연못의 25%가 연꽃으로 덮였다면, 사람들은 아직도 여유(75%의 여지)가 있다고 안심할 것이다. 그러나 연꽃으로 완전히 뒤덮이는 데는 '고작 2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25%에서 50%, 100%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연못의 25%가 연꽃으로 뒤덮이는 데는 '무려 28일’이 걸린다. 연꽃이 '다소’ 많아졌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도 반감기를 역으로 해석한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연꽃은 '복지예산’을, 연꽃으로 덮인 연못은 '복지지출 비율’을 상징하고 있다. 복지예산은 일단 팽창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정부 재정지출 대비 복지지출 비율이 지나치게 과다하면 그 경제는 자생력을 잃는다. 포퓰리즘에 오염된 좌파 정치인들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OECD의 평균에 비춰 복지지출에 인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을 해보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경제활력 저하’는 반감기의 '붕괴상수’의 값이 급격히 커지고 있음에 비견된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은퇴자는 늘어나는 데, 성장잠재력을 북돋기보다 국민의 숨겨진 분배욕구 마저 찾아내 이를 자극 -예컨대 무상급식 공약- 한다면, 한국경제는 순항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긴 호흡의 재정건정성 제고를 위해서 복지지출의 팽창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리스를 위시한 남유럽 재정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하지만 공통된 요인은 정부가 국가경제의 실력 이상으로 돈을 지출했다는 사실이다. 남유럽 국가들은 세입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방만한 사회보장 지출과 공무원 급여를 통제하지 못했다. 이들 지출은 통상적으로 '법’에 의해 뒷받침되므로 한 번 시행되면 '경직성 경비’를 넘어 '의무지출’이 된다. 경제력이 '의무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재정위기는 현실화된다.

2011년 예산요구안 분석: 복지관련 예산 과다요구

기획재정부가 6월말 접수한 50개 중앙관서의 2011년 총지출 요구 규모는 예산 219조4천억원, 기금 93조5천억원으로 모두 312조9천억원이다. 이는 올해 총지출 292조8천억원보다 6.9% 증가한 것으로, 2009년 증가율 4.9% 보다 크다. 그리고 총지출 규모 312조9천억원은 정부의 2009~2013년 재정운용계획상 2011년 전망치인 306조6천억보다 6조원 이상 많은 규모다. 총수입의 추계가 309조5천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표-1>은 2011년 기능별 예산요구액을 정리한 것으로, 2011년 평균지출요구액 증가율 6.9%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재정지출 분야는 <표-1>의 왼쪽에 표시했다. 이들 분야는 “R&D, 보건․복지․노동, 국방, 통일․외교, 일반공공행정”이다.

<표-1> 기능별 2011 예산요구 현황

(단위: 조원, ()는 증감률)

구분

2010 ⑴

2011 ⑵

구분

2010

2011

총지출(기금포함)

292.8

312.9 (6.9%)

교육

38.3

40.5 (5.8%)

R&D

13.7

15.2 (10.8%)

산업․중소기업․에너지

15.1

14.6 (-3.5%)

보건․복지․노동

81.2

87.3 (7.4%)

SOC

25.1

25.2 (0.3%)

국방

29.6

31.6 (6.9%)

농림수산식품

17.3

16.9 (-2.3%)

통일․외교

3.3

3.7 (11.8%)

문화․체육․관광

3.9

3.7 (-6.1%)

일반공공행정

48.7

53.4 (9.7%)

환경

5.4

5.3 (-2.5%)

.
.
.

공공질서․안전

12.9

13.5 (4.7%)

주: ⑴본예산, ⑵요구액, 자료: 기획재정부

증가율 측면에서 “R&D, 통일․외교, 일반공공행정”의 예산증가율이 눈에 띈다. R&D는 신(新)성장 동력을 포함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출증가로, 통일․외교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제고에 따른 국제기구 분담금 증가로, '일반공공행정’은 경직성 지출인 '지방교부세’ 증가에 따른 것으로, 모두 '필요적’ 지출의 성격을 띠고 있다. 국방비는 천안함 피침에서 드러난 북한의 위협과 미래전(戰)에 대비한 전력유지 차원의 '당위적’ 지출로 평가될 수 있다.

전년대비 증가율과 증가규모, 절대 지출수준 등을 종합해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보건․복지․노동 분야이다. 이들 분야의 지출 목적은 '서민의 민생안정’이다. 이들 지출에는 “기초생활보장,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지원, 중증 장애인연금, 4대 공적연금에 대한 의무지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보건․복지․노동’에 포함되지 않은 '복지성 지출’도 존재한다. 서민의 주거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금자리주택’ 건설예산이 그것이다. 보금자리주택 예산증가분(1.4조원)을 포함하면, 2011년 복지지출 관련 예산요구액 증가분은 총 7.5조원에 이른다.

<표-1>의 왼쪽 항목은 통일․외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직성 경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정부의 존재이유를 의미하는” 지출인 것이다. 그러한 상황 하에서 절대규모 81.2조원, 전년대비 7.4% 증가율을 보인 '보건․복지․노동’ 지출액은 과다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에는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재정측면에서의 신중한 출구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복지예산 요구는 분명 지나치다. 벌써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표-1>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국가부채 증가에 따라 국채이자 지급액이 내년에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예산과 '자활의지’: 탈무드의 지혜

'탈무드’(Talmud) 중 자활과 관련된 것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남의 자비로 사는 것보다 가난한 생활을 하는 것이 낫다”이며, 둘째는 “돈과 물건은 거저 주는 것보다 빌려주는 것이 낫다. 그냥 얻으면 얻은 쪽은 준 쪽보다 밑에 있지 않으면 안 되지만 빌리고 빌려주면 서로 대등해질 수 있다”이다. 탈무드에 의하면 자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자존(自尊)과 자조(自助) 그리고 자활의지(自活意志)”이다. 복지가 '보편적 복지’로서, 국민의 권리로 인식되는 한국적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7/11/2010) '남유럽 재정위기와 정책 시사점’ 보고서는 경청할 만하다. 요지는 “한국 복지지출의 증가 속도가 최근과 같이 이어진다면 6년 뒤 국가 전체의 생산력 대비 복지 지출 규모가 재정위기 진앙지인 그리스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同)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 복지지출 비중은 1997년 3.8%에서 2008년 8.3%로 10여년간 2.2배로 증가했다. 그리고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복지예산은 매년 17.4%씩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정부 총지출 증가율 7.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6년 후 20%에 달한다. 이는 복지 과잉으로 재정위기에 몰린 그리스의 복지 지출 비중(20.2%, 2008년 기준)과 같은 수준이다. 물론 하나의 시나리오지만, 복지지출의 불가역성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1999년 김대중 정부에 의해 도입됐다.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복지정책에 큰 획(劃)을 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복지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였지만 최근에 그 역작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114만1026원이 현금으로 지급된다. 여기에다 출산 시 50만원, 장례 시 50만원이 추가 지급되고, 중·고교생 자녀는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비 등을 무료로 지원받는다. 그리고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자동 지정돼 진찰, 검사, 치료, 입원 등 거의 모든 의료비가 무료로 제공된다.

문제는 기초생활보장제의 '유인구조’(incentive scheme)가 잘못 설계됐다는 것이다. 수급자가 일을 해도 실제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 구조로 설계됐다. 생계비를 정액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급여 원칙’에 따라 최저생계비(4인 기준 136만3천원)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4인 가족기준의 가장이 월 50만원을 번다면, 정부 지원 최저생계비에서 자신이 번 소득을 차감한 86만3천원을 지급받는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일할 이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수급자의 위치에 '안주’한다는 것이다. 실업이 '좋은 직업’인 셈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탈락할까 봐 돈을 벌지 않는다는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2008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에서 실질적으로 소득이 늘어나거나 취업해 '탈수급'한 세대 비율은 전체의 5% 미만으로 추정됐다.

국가의 책임은 '노동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은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당한 정도 '노동 의사’가 없는 사람을 돕고 있다. 국가의 복지에도 원칙이 분명히 서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 돕는 자를 국가가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에 안주하게 하는, 차상위계층에게 박탈감을 주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근로장려유인제도’(EITC)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이 같은 제도개혁에 눈을 감고, 잘못 설계된 사회보장제도를 지탱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국가를 파산의 길로 내모는 것이다.

남유럽재정위기의 교훈

2009년 말부터 남유럽국가(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PIIGS)들의 재정위기가 가시화되었다. 남유럽의 재정위기는 2중적 경로에 의해 촉발되었다. 하나는 경제력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EU의 무리한 단일통화 통합에 따른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침체를 치유하기 위한 재정개입이다. 하지만 이는 재정위기를 격발시킨 '방아쇠’에 지나지 않는다. 재정위기의 최대의 잠재적인 요인, 즉 재정위기의 '화약고’는 방만한 복지제도 운영이었다. 세입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사회보장지출, 공공부문 임금’ 등 의무지출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GDP 대비 2009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비중은 각각 13.6%와 115.1%이다. 재정위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를 PIIGS에 바로 비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PIIGS가 '강 건너 불’만은 아니다. 최근 복지지출의 팽창속도는 이미 경계수위를 넘었다. 그럼에도 복지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는 좌파의 주장은 날로 힘을 얻고 있다. 이제 '밀튼 프리드만’의 지혜를 빌려야 할 때이다. '재정지출준칙’을 만들어 정치적 동기에 의한 불필요한 복지지출 팽창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 길이 '노동의 능력’을 갖지 못해, 국가가 진정으로 보호해야 할 계층에 필요한 재원을 '대폭’ 배분하는 길이기도 한다. 노동 의사가 없는 계층은, 남의 '자비’에 의존하느니 '가난의 길’을 택해야 한다.

조동근 / 명지대학교 교수, 경제학과

저자소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졸업,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경제학박사).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확장적 재정지출에 의한 경제성장은 지속가능한가?“ 외 다수의 저서와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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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친전교조 성향의 좌파교육감들의 이른바 '진보’ 교육정책을 분석하기 위하여 진보의 의미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좌파교육감들이 주장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교원평가반대, 학업성취도평가반대, 평준화 확대와 같은 정책은 이 글에서 확인한 '진보’의 의미를 통하여 그 정체와 의도가 명백히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좌파교육감들이 추진하는 이른바 '진보’정책들은 자체 모순을 포함하고 있으며, 진보가 아닌 퇴보를 의미한다.

'진보’교육감, 그들이 진보인가?

언론이나 기타 매체에서 좌파 정책이나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진보’라는 말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는 정확한 표현도 아니고 올바른 용법도 아니다. 교육사조로 보면, 20세기 전반 미국의 교육사조의 하나인 진보주의를 꼭 집어서 좌파사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역시 좌파 사조와 무관한 것도 아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심지어 친북 성향의 단체에도 '진보’라는 수식어를 아낌없이 붙여준다. 지구상 가장 폐쇄적인 국가의 체제와 이념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진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좌파사상, 친북사상을 통틀어서 '진보’라는 범주에 집어넣는 것이 용인되고 통용된다.

교육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좌파이념을 지향하고 간혹 친북이념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그 외곽단체들을 '진보교육단체’라고 부르는 데 인색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친(親)전교조 성향의 교육감들을 '진보’ 교육감이라고 서슴없이 소개한다.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진보교육감들의 취임 이후 각종 우려와 문제점이 이미 곳곳에서 도출되고 있다. 교원평가반대, 학업성취도평가 반대, 이른바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이 그것이다. 이미 많은 식자(識者)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서 문제들은 논평한 바 있지만, 이 문제들이 일반인들의 뇌리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수용되는 점은 크게 부각되지 않은 듯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좌파교육감들이 주장하는 문제들을 상론하기보다는 이들의 '진보’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계몽사상: 진보사상의 발아

'진보’는 말 그대로 개인이나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이나 상태로 나아가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도덕적으로 온당한 의미를 지닌 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좋은 말이 좌편향적인 시각으로 이해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하여 살펴보아야 할 키워드(key word)는 계몽사상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계몽사상은 그 파생된 갈래가 여럿이고 서로 엉키고 설킨 상태로 발전한 사상체계여서 그것을 한 마디로 재단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좌파 사상의 원류로서 계몽사상을 파악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그 뿌리인 르네상스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계몽사상의 뿌리가 르네상스라고 하지만, 르네상스의 뿌리도 여러 갈래로 나뉘는 것이어서 이 역시 한 마디로 의미 설정을 하기 쉽지 않다. 지리적으로 남부 르네상스와 북부 르네상스가 다르며, 대상에 따라 귀족적 르네상스와 대중적 르네상스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르네상스가 신(神)중심의 중세 사고체계와 세계관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의 '진보’임에 틀림없다.

르네상스와 함께 이루어진 또 다른 진보적 사건은 종교개혁이다. 르네상스가 신(神)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사고의 축을 이동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종교개혁은 교회의 부당한 권위에 대한 부정이라는 점에서 사고의 핵심에 '개인’을 자리 잡게 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개혁은 성경(聖經)을 읽게 해야 한다는 몇몇 종교개혁가들의 소명에 의하여 보편교육의 필요성을 고취시키기도 하였다. 인간 중심의 사고와 제도적 권위에 앞서 개인의 사고를 강조한 두 가지 사건을 토양으로 하여 발아된 사상이 계몽사상이라고 하여도 그리 틀린 의미 설정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발아된 계몽사상이 다양하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제도를 맹신하지 않도록 하는 개인의 이성, 즉 합리성을 강조한 데카르트를 위시한 합리론도 계몽사상에 포함되고, 경험과 검증을 강조한 베이컨, 로크, 스코틀랜드의 흄을 포함하는 영국의 경험론도 계몽사상으로 볼 수 있으며, 갈릴레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와 같은 인물들의 자연과학적 성취도 계몽사상에 넣을 수도 있다. 광학의 발달과 자연과학의 전형으로서 물리학을 이끈 뉴튼의 업적도 계몽사상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가지를 가진 계몽사상의 특징은 단적으로 표현하면, 경험과 관찰에 의한 검증, 이성을 사용한 합리적 사고의 소유자인 개인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사조라고 할 수 있다.

진보의 두 가지 갈래: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특히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한 현실을 바탕으로 개인의 합리적 선택을 강조한 자유주의 역시 계몽사상이 낳은 최고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백미는 로크와 스미스의 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자유로운 선택의 주체인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자유주의는 그 뿌리인 계몽사상을 통하여 나온 반(反)자유주의 사조와 직면하게 된다. 사회주의 사상의 태동이 그것이다. 왜 상반된 사상이 같은 계몽사상의 틀에서 나왔을까? 답은 역시 계몽사상의 특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르네상스에서, 종교개혁, 그리고 계몽사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사회진보’의 특징은 기존의 제도를 부정하고 개인의 이성을 강조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몽적 경향은 계몽사상이 나은 업적을 부정하는 데 그대로 적용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계몽사상에 의하여 구축된 사회질서를 부정해야 할 '기존의 제도’로 보고 이를 부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에 신비의 영역을 제거하고 신의 세계를 설명하고자 했던 이신론(理神論)은 과학적 탐구를 촉진하는 순기능도 수행하였지만, 과학적 사고를 가진 합리적 인간에 의하여 완전한 사회의 건설이 가능하다는 과격한 사상을 잉태한다. 더 나아가서 기존의 제도는 인간 이성이 만든 부조리한 측면을 포함하므로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이른바 자연주의 내지는 낭만주의 사조가 탄생한다. '유토피아’를 꿈꾼 토마스 모어가 전자라면 루소가 후자에 해당한다. 이들은 목하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진보주의 사상의 효시(嚆矢)가 된다.

반(反)진보적 진보사상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완전한 사회를 건설한다는 진보사상은 다시 두 가지 양상을 띠게 된다. 하나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한 루소의 자연상태로의 회귀 양상을 드러내는 낭만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이성에 대한 지나친 맹신의 결과 이상사회를 인간 이성에 의하여 디자인 할 수 있다는 사회공학적 기도(Grand Social Engineering Project)이다. 전자는 환경문제, 생태문제를 이슈로 하는 좌파사상의 모체가 되고, 후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마르크스 사상의 모체가 된다. 한 마디로 시행착오를 인정하지 않는 지적 오만이 좌파 진보사상에 핵심을 자리하게 된다.

이들 진보사상은 이윽고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회발전의 진정한 동력인 개인의 자유와 책임, 법치주의, 시장경제를 핵심으로 하는 자유주의를 부정하고 대립하게 된다. 진정한 사회진보를 도모하는 자유주의를 부정하는 '진보사상’이 탄생한 것이다.

사설이 길어진 듯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족보를 이해하면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좌파교육감들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지면상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콩도르세 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교육을 통하여 인간과 사회를 원하는 대로 개조할 수 있다는 인위적 질서 재편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둘째,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부정하고 시장을 비롯한 자생적 질서의 가능성을 부정한다는 점이다. 또 법치의 전통을 강조하는 자유주의를 왜곡하여 좋지 않은 의미의 보수주의(Conservatism)로 폄하한다.

셋째, 과학적 설명을 맹신한 나머지 사회발전이 마치 역사법칙에 따라 진전되는 것처럼 여기고, 그것을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는 전체주의 발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넷째, 계몽의 아이디어가 공교육으로 이어지면서, 이는 교육의 사적 요인을 말살하고 모든 교육요인을 국가가 관장하는 교육국가독점이다. 개인보다 공동체가 우선하며 경쟁을 악덕으로 간주한다.

다섯째, 지나친 이성을 강조한 진보주의는 실증주의를 표방하면서 가치중립화(value-neutralism)를 시도하여 기존 가치와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좌파교육감의 모순된 '진보’정책

이렇게 정리해 보면, '진보’를 표방하는 좌파교육감들이 내세우는 정책들의 실상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무상급식은 경제수단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수단을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발상에 닿아 있다. 개인의 선택의 여지는 밥을 먹는 것에도 두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교원평가, 학업성취도 평가 반대는 공동체 가치를 내세우면서 경쟁을 악덕시하는 발상에 닿아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학생을 '원초적 상태’에 놓인 존재로 보고 자신들이 설정한 '이상사회’ 건설에 필요한 개조를 위한 것이다.

게다가 진보를 표방하는 좌파교육감들의 추진정책은 그 자체 모순을 잉태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하고 그들에 대한 차별을 없앤다고 하지만, 모든 무상정책은 없는 이들을 더 가난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가난하게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각종 교육평가를 반대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중요시하는 실증주의적 관점을 저버리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측정을 해야 '진보’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격이다. 비유컨대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하여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데 이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관련하여 좌파교육감들의 발상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고 해야 옳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사회계약설에서 말하는 '자연상태’의 개인이 아니다. '학교’, '선생님’은 문명의 산물인데, 학생인권조례는 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은 타파되어야 할 기존의 제도로 보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학교’와 '선생님’은 타파되어야 할 제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번성하는 데 필요한 문명의 장치이자 가치로운 제도이다.

이제 진보를 표방하는 좌파교육감들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진보’가 무엇이며 어디가 추구하는 종착점인지 정체를 밝혀야 할 차례이다.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저자소개: 김정래(金正來),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영국 University of Keele 철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역임. 현재 부산교대 교수이며, 하이에크 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음. 주요저서: 아동권리향연, 전교조비평, 고혹평준화해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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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對南군사책략은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 최근 더욱 정교해지고 '非대칭화’하고 있다. 우리 국가안보는 韓美동맹과 주한미군이 펼치는 '안보우산’에 의해 확보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現 韓美연합사와 전시작전통제권은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연합방위체제다. 일각에서 거짓 선동하듯 '자주국방-군사주권 침해’가 아니다. 전작권 전환 대비 盧정부가 세운 전력증강계획은 재정문제로 실현난망이다. 이에, 전작권 전환 연기는 불가피하다. 3년 7개월 유예는 대체전력 확보에도 부족한 기간이다.

2012년 4월로 예정돼 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기로 韓美 정상이 합의한 것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조치다. 다만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작권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제반 국방태세 및 전력증강 조치를 완료하기에 3년 7개월 연기는 너무 짧아 보인다. 2015년 안보환경을 평가해서 재연기하거나, 아니면 뼈를 깎는 아픔으로 국방비 증액을 통해 전작권 전환에 따른 대체전력 확보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내 전작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 시각 차이가 현격하게 존재하고 있음에 비추어, 전작권 전환 연기 재협상이나 획기적인 전력증강 중 어떤 대안도 순탄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합리성이 결여된 왜곡된 반대 논리와 주장, 그리고 그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친북 좌경세력의 '거짓 선동’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북한의 군사위협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비대칭화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잠수함 공격 능력이 예상보다 강력한 것으로 드러났고, 후방 침투 및 교란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부대 공격능력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핵무장의 완성 단계에 와 있고, 그 외 1,000기에 육박하는 중단거리 미사일과 수천톤의 생화학 무기를 실전배치하고 있다.

6.27 전작권 전환 연기 조치를 계기로 전작권의 성격, 전작권 및 한미연합사 유지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의도와 정체, 그리고 향후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 연기 일정과 향후 대책 등을 분석해 본다.

전시작전통제권(OPCON: Operational Control)의 성격

한미연합사와 전시작전통제권은 일심동체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는 자동 해체된다. 전작권이란 전시의 작전통제권을 지칭한다. 평시 작전권은 1994년 12월 1일 한국군에 이양됐다. 그러므로 전시작전권은 평시에 작동하지 않으며, 전시 또는 비상사태로 돌입한다는 한미 대통령의 결정이 내려진 후에 가동된다.

한미 대통령 및 양국 국방장관 그리고 양국 합참의 지시가 내려진 이후, 작전지휘권이 연합사령관에게 귀속돼 하나의 지휘관 아래 전투를 수행하게 되는 시스템이 전작권이다. 그러므로 전시의 작전통제권은 오직 전투의 효울성을 위해 하나의 지휘관 체제 곧 지휘권의 통일(unity of command)을 확립하는데 근본적 의미가 있다. 전쟁이나 비상사태로 가는 결정은 양국 대통령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전제되므로, 전작권 유지가 '자주국방’ 또는 '군사주권’에 위반된다고 하는 주장은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를 포함하는 북한의 대규모 무장 공격력에 대비하여, 미국으로부터 69만의 증원병력 및 5개 항모전단, 160척의 함정과 1600여대의 항공기 등이 동원되게 되므로, 연합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맡게 돼 있다. 원래 한미연합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모델로 하여 창설된 것이다. NATO 회원국 역시 전시에 작전통제권을 미군 대장에 일임한다. NATO 회원국들이 '자주국방-군사주권 침해’ 운운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고, 현재 NATO 회원국은 증가일로에 있다.

그러므로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의 해체로 이어져 한미 양국군은 별도의 지휘체계 아래 놓이게 된다. 전작권이 전환된 후 비상사태 시에 양국군 협력체제를 갖춘다고 하나, 과연 하나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측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요 역할을 맡고 미군은 오직 지원 역할(supporting role)을 상정하고 있어, 결국 주한 미지상군이 철수하게 되고 미군은 오직 해공군으로 한국군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귀착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전망이다.

설사 한미동맹이 유지된다 해도, 미 지상군이 철수하는 상황은 한반도 안보에 새로운 여건과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미 지상군의 철수는 지금까지의 '인계철선’ 개념하의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 조건을 사실상 소멸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지상군이다. 월남의 경우가 이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국가안보가 한미동맹ㆍ주한미군이 펼치는 안보우산(핵우산 포함)에 의해 확보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이기 때문이다.

전작권 유지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의도와 정체

상기 서술한 한미연합사-전작권 유지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아무리 합리적 설명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기어이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의도와 정체가 궁금하다.

우선 6.27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해 민주당은 “국방주권 포기”라며 비난하면서, “공론화 없이 진행된 밀실외교”라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학계 내지 전문가들도 견해가 양분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양동안 명예교수는 “전쟁 수행의 실효성” 차원에서 전작권 유지가 타당하다고 강조하고 있고,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북한의 비대칭 공격에 대한 대비 차원”과 한반도의 긴장상황을 고려해 “미국이 전작권을 지휘하는 것은 불가피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비해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전작권 문제를 자주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전작권은 주권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이것을 남에게 맡긴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앞서 NATO의 경우에서 살펴봤듯,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주장이다. 전작권 유지는 결코 주권을 남에게 맡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강 교수는 “한반도 전쟁은 미국이 유발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바, 이 또한 중대한 사실 왜곡이다. 한반도 긴장과 전쟁이 북한의 도발적인 대외전략에 의해 야기되고 있음은 합리적 관찰자라면 모두 동의할 것이다. 미국이 전쟁책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억지 주장은 북한의 일관된 대남 선동이기도 한다.

또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전작권 환수를 위해 우리 정부가 다른 형태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면서, 아프간-이라크 파병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아프간-이라크 파병은 대테러 전쟁에 동참하는 세계적 명분에 입각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력에 버금가는 세계평화에의 기여를 해야 하며, 언제까지 무임승차(free-ride)로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하는 명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 교수의 주장은 국제체제 성격에 대한 식견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결국,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는 논거에는 북한의 무력위협과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고,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비현실적 분석에 입각해 있거나 아니면 “우리민족끼리” 입장에서 북한의 대남전략에 동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에 기여하는 측면에 대한 인식이 거의 결여돼 있다. 이런 논리에 따른다면 자칫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관계없다”라는 결론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주장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22%에 이르고, “인천상륙작전 때문에 통일이 안됐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26.2%에 이르며, “통일 전에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안보에 대한 사회 내부 분열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대한민국의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 지금 세계 13-15위의 경제대국이며 북한 GDP의 40배, 대외무역고 230배에 이르고 있음에도 국가안보가 취약한 이유는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투철한 안보인식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주한미군이 없으면 위험하다”는 분석과 함께, 전작권 유지가 절대로 긴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3년 7개월 전작권 연기 일정과 향후 대책

전작권 전환 연기 시점이 2015년 12월 1일로 3년 7개월 연장됐으나, 한반도 안보상황의 근본적 변화가 예견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더 이상의 전작권 전환 협상을 포기하고 한국 자체의 방위능력을 확보하려 한다면, 엄청난 정신적ㆍ경제적 대가 지불이 불가피하다.

우선 북한의 위협과 대남전략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더 이상의 소모적인 안보논쟁을 끝내야 한다. 우리 군함인 천안함이 북한의 무장공격에 의해 격침됐음에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용이한 과제가 아니다.

아울러, 한미연합사 체제하에서 주한미군이 담당해 온 군사 대비능력을 대체할 전력증강을 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결정하면서 매년 9.9%의 국방비 증액 및 2012년까지 151조, 2015년까지 621조원의 군현대화 재정 투입 계획을 세웠으나, 그 실현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이 담당해 온 대북 감시능력, 전술지휘통제체제(C4I), 정밀타격능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까지 전작권 전환 대비 65%를 완료했다고 군 당국은 주장하나, 실제로 막대한 예산과 고도의 노하우를 요구하는 부분이 남아 있어 산술적 분석은 의미가 없다. 이런 연유에서 전작권의 3년 7개월 연기가 짧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상기 언급한 단기적 고려를 넘어서서 최소한도 북핵 문제의 해결 또는 통일 이후, 아니면 북한 급변사태를 고려할 때, 그리고 보다 기본적으로 한반도 지정학상 4대강국에 둘러싸인 특수성을 고려할 때, 세계 최강국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미국과의 동맹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다면 한미연합사의 지속적 유지 곧 전작권 전환 계획의 '완전 폐기’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는 美 브루킹스 연구소 마이클 오핸런의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홍관희 / 고려대 교수ㆍ북한학

저자소개: 홍관희 (洪官憙), 美 조지아대 정치학 박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및 연구실장 역임.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안보전략연구소 소장,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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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시장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한다. 특히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 보호’라는 명분의 각종의 반시장적인 규제가 생겨난다. 그런데 이러한 반시장적 규제들은 당장에는 달콤하지만, 보호의 실익은 없이 노동시장을 경직시키고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폐해를 입히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이번에 도입되는 택시업계의 최저임금법 적용 확대와 내년부터 실시될 예정인 퇴직급여제도의 소기업으로의 확대도 마찬가지이다. 이 두 가지 규제 모두 경영에 부담을 주어 근로자들이 해고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택시업계에서는 해고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노동부는 2010년 7월 1일부터 제주도와 시 지역을 대상으로 '택시 최저임금법’을, 그리고 2011년 12월 1일부터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법 시행은 한국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 노동시장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지나치게 경직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에서 2000년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는데 2007년에는 141개국 가운데 113위로 추락한 것이다. 또 한국은 '정규직 고용보호’에서 고용보호가 심하기로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법 적용은 대표적인 노동시장 규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법 적용으로 한국 노동시장은 앞으로 규제가 더욱 강화되어 일자리를 한 개라도 더 창출해야 할 실정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말 것으로 우려된다.

택시노동자는 비숙련노동자로 임금 낮아

먼저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 도입 배경을 보자. 노무현 정부에서 '택시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을 통해 2007년 12월 27일 공포되었다. 택시업종은 '지배적인 사납금제 하에서 고정적 임금이 낮아 택시노동자의 임금 수입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법 적용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어 도입이 결정되었다. 당시 도입 시기는 지역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하고, '특별시․광역시는 2009년 7월 1일부터, 제주도․시 지역은 2010년 7월 1일부터, 기타 지역은 2012년 7월 1일부터’ 도입하기로 결정되었다. 금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은 제주도․시 지역이 그 대상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사납금을 제외한 택시노동자의 임금 수입이 일반적으로 낮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면 택시노동자의 임금 수입은 왜 낮을까? 적절한 대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택시노동자를 숙련노동자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숙련노동자의 임금이 숙련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는 달리 택시노동자의 임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택시노동자와 같은 비숙련노동자의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간의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노동시장에서 택시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택시노동자의 공급은 넘쳐나기 때문에 택시노동자의 임금은 숙련노동자의 임금에 비해 낮게 결정되기 마련이다. 이 점이 곧 택시노동자의 임금이 낮게 결정되는 이유다.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은 립서비스에 불과

정부가 나서서 임금이 낮은 택시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여 임금을 높게 주려고 하는 것은 그럴듯한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면 이는 과연 올바른 정책인가? 그렇지 않다. 무엇 때문인가? 최저임금제의 성격을 알면 대답이 곧 나온다. 최저임금제란 비숙련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노동시장에서 낮게 결정되는 임금을 제도적으로 높게 주려는 정책이다. 그러면 누가 임금을 높게 주는가?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높게 주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정부가 법을 적용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포켓을 털어서 강제로 높게 주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용자는 임금만 높게 주고 말 것인가? 그렇지 않다. 사용자는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고자 비숙련노동에 대한 수요를 줄이게 된다. 이는 경제학자들이 그동안 수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낸 내용이다. 정치가들이 사회적인 명분을 내세워 최저임금제 도입을 주장하지만, 달콤한 립서비스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택시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면 택시노동자 해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은 택시노동자 해고 불러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으로 택시노동자 해고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 지역의 택시노동자들에게 새롭게 적용되는 최저임금법 시행을 앞두고, 경남택시운송사업조합의 택시회사들이 1,000여명의 택시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이다. 경남도 내 창원, 진주, 진해, 밀양, 통영, 김해 등 20여개 택시회사들이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민주택시본부 1,000여명의 택시노동자들에게 “2010년 7월 1일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제 시행에 따른 경영상의 이유로 부득이 종사원인 귀하를 2010년 6월 30일부터 해고한다”며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발송한 것이다. 이를 놓고 민주택시본부는 “택시사장들이 최저임금을 기피할 목적으로 사납금 대폭 인상, 협약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최저임금 포함 등을 강요하며 '재직자 전원 정리해고’라는 사상 초유의 협박을 자행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칼자루는 이미 사용자의 손을 떠났다. 다시 말하면, 택시 최저임금법 적용으로 택시노동자 해고는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전경련이 지난 3월 '300만 고용창출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앞으로 8년간 300만개 신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일자리 창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노동부가 택시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여 일자리를 줄여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모든 근로자에게 퇴직급여

다음에는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 도입 배경을 보자. 이 법은 2011년 12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2010년 6월 23일 입법예고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퇴직급여는 법정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말하는데, 앞으로 이 법이 시행되면 사실상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노무현 정부에서 2005년 노사합의로 제정되었는데, 이는 기존 퇴직금제도를 퇴직급여제도로 확대 개편하여 2010년 말까지 4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하기로 합의되었다. 한국에서 퇴직금제도는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30인 이상 사업장에 의무 적용된 후 1975년 16인 이상, 1987년 10인 이상, 1989년 5인 이상, 2011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으로 그동안 퇴직급여제도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던 4인 이하 사업장 91만 467곳의 상시근로자 100만 941명과 임시 및 일용근로자 52만 5077명이 퇴직급여보장법 적용을 받게 되리라고 한다. 이 법 적용을 놓고 노동부는 “법정복지제도인 퇴직급여제도가 50년 만에 사회적 형평성에 맞게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다”며 “근로자의 영세사업장 기피현상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 제도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퇴직급여방식 선택, 체불 방지, 부담금 완화, 퇴직연금 가입률 제고 등 여러 가지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4인 이하 사업장도 사용자가 퇴직금 줘야

그런데 중소기업들은 이번 퇴직급여제 확대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4인 이하 사업장 31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 퇴직급여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이 46.7%에 달했으며, 이들 기업의 77.0%는 연말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이유로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 '근로자들의 잦은 이직에 따른 관리의 어려움' 등이 주된 이유로 나타났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①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로 명시되어 있다. 4인 이하 소기업의 경우에도 사용자가 퇴직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만 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 또한 립서비스일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적용 또한 최저임금제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노동시장 규제인데, 이 법의 적용으로 소기업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경영이 악화되어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전경련과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는데 노동부는 일자리를 줄이는 규제정책을 하나 더 도입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박동운 / 단국대 명예교수

저자소개: 시장경제 관련 저서 집필에 열중. 저서로는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경제 여행』(FKI미디어, 2009), 『노동시장은 왜 유연해야 하는가―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한국경제연구원, 2009), 『CEO정신을 발휘한 사람들』(삼영사, 2008), 『대처리즘―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FKI미디어, 2005) 등 30여권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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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호 국세청장은 최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비과세, 조세감면 남발을 비판하고 숨은 세원을 발굴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 이런 국세청장의 발언은 긍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MB정부의 “작은 정부” 철학에 맞는 재정규율 확립 방향은 세입 강화가 아니라 세출의 대폭적인 축소이다. 세출이야말로 소비자들의 긴급한 필요와는 동떨어진 인기영합주의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발 남유럽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우리나라의 빠른 재정지출 증대 속도에 대해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다행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9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피니언리더스클럽 경제기자회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백용호 국세청장은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비과세와 조세감면을 남발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적 행태를 비판하고 숨은 세원 발굴의 의지를 표명하였다.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와 재정위기에 대한 경각심

이런 국세청장의 발언은 각종 비과세와 조세감면으로 수평적 형평성의 실천을 어렵게 하는 누더기처럼 된 조세구조를 세원을 넓게 하면서 수평적 형평성을 이루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세입을 책임져 재정건전성 확보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국세청장의 입장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이런 질타가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MB정부로서는 세원 발굴 발언에 앞서 재정지출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의지가 여러 경로를 통해 표출되었어야 한다.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이나 세율 인하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비과세 축소와 세원 발굴에 매진하는 것은 '작은 정부’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세입 강화보다는 세출 조정이 먼저

작은 정부를 실천하려면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 정부지출이 줄어드는 만큼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줄고 이에 따라 민간의 투자와 고용의 여력이 늘어나 민간의 창의가 살아난다. 그 결과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들의 복지가 증진된다. 야당이 선전(善戰)한 6·2 지방선거 이후, 야당이 복지지출 확대의 목소리를 높이게 될 때 혹시 MB 정부의 작은 정부 실천 의욕이 그나마 더 위축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에 경종을 울려야 할 부분은 비과세나 조세감면의 과다가 아니다. “결국은 투표자들의 한쪽 주머니에서 세금으로 거두어 다른 쪽 주머니로 옮겨주는 것에 불과한데도” 투표자들로 하여금 시장을 통해 공급될 때보다 더 값싸게 혹은 무료로 베푸는 듯이 선전되는 재정지출의 과다가 문제의 핵심이다.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인기영합주의에 따라 이런 식으로 정부가 공급에 간섭하고 있는 분야는 많다. 전기와 가스 수도 등에서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고 연금, 보험, 의료나 교육 서비스도 그렇다. 국민들이 구매할 때에는 시장가격보다 싸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싼 만큼 쌓이게 된 손실은 결국 국민들이 세금으로 메워야한다. 이런 사업들이 산적해지고, 일회성으로 출발한 지출이 장기화되고 수혜계층이 늘어나 재정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거둔 세금으로 재원을 충당시키기 어려워지면 정부는 국채발행을 통해 앞으로 징수할 세금을 미리 당겨쓴다. 이자만 일단 내면 되는 빚인 채권의 발행을 늘린다. 세금의 강제징수 능력을 지닌 정부의 지불능력에 대해서조차 의구심이 생기면 소위 재정위기로 치닫게 된다.

세출의 구조조정에 대한 주장은 많은 경우 복지지출의 축소로만 이해되기도 한다. 복지국가를 추구한 경력이 길수록, 여기에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가 강했을수록, 법으로 혜택이 보장된 각종 연금, 소득보조, 의료혜택 등이 재정악화의 주요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법으로 보장된 복지지출을 늘리기는 쉽지만 이를 줄이려면 엄청난 정치적 갈등을 초래한다.

그래서 재정건전성과 관련해, 복지 분야에 있어 특별히 유의할 점은 신규 복지프로그램의 도입을 막고, 이미 도입된 복지프로그램인 경우, 그 혜택의 범위와 규모가 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작은 정부와 관련해 최소한 MB 정부와 한나라당에 기대되는 역할이다.

돈 벌 욕심의 기업가 > 자비로운 자선사업가 > 복지국가

흔히 복지지출을 축소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면 빈곤층의 복지에는 관심이 없는 냉혈한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진정한 복지에 대한 관점이 다를 뿐이다. 복지지출의 근본적 목적은 복지수혜자들의 자립이다. 빈곤층의 입장에서도 남의 돈인 세금에 의존하는 복지수혜자로서의 삶이 자립적 삶에 수반되는 자긍심을 가진 삶보다 좋을 수는 없다.1)

이사벨 페터슨은 자선사업가보다 돈을 벌 욕심으로 궁핍한 사람을 고용하는 기업가가 실제로는 더 좋은 자선을 베풀고 있다고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2)

자선사업가가 궁핍한 사람에게 의식주를 공급해준다고 해보자. 그 의식주를 사용하고 있는 동안 의존의 습관을 얻었을지 모른다는 점을 빼면 (남에게 기대 살아야 하는) 그의 처지는 여전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자선의 동기는 없으면서 자신이 필요해서 그 궁핍한 사람을 임금을 주고 고용한다고 해보자. 그 고용주는 선행을 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고용된 사람의 처지는 실제로 변했다. 이 두 행동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인가?

비자선적인 고용자는 그 사람의 에너지를 에너지의 대순환계인 생산과정 속으로 돌아오게 하였다. 이에 반해, 자선사업가는 그 수혜자로 하여금 고용기회를 찾아 생산과정에 복귀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쪽으로 에너지가 분출되게끔 에너지 분출의 방향을 바꾸었다.

먼 옛날부터 행해진 진지한 자선사업가들의 선행들을 다 합치더라도, 그 혜택은 에디슨이 적용했던 과학적 원리들을 밝혀낸 위대한 인물들이 인류에 선사한 혜택에 견줄 수 없음은 물론이고, 에디슨의 이기적인 노력으로부터 인류가 얻었을 혜택에 견주어도 그 10분의 1도 못될 것이다. 이처럼 무수한 사색가들, 발명가들, 기업가들이 그의 동료들의 편리한 생활, 건강, 행복에 기여해 왔는데, 역설적이게도 그 까닭은 동료들의 행복이 그들의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족이 가장 좋은 '사회복지사’이지만, 가족을 제외하고 관영기관과 민간 자선단체를 비교해 보면, 관영기관들에 비해 민간 자선단체들이 어려운 이들의 자립에 더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노숙자쉼터가 관영 노숙자쉼터보다 노숙자의 삶을 더 많이 청산하게 한다.3)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기업가들이 저임금으로라도 이들을 고용하는 것이 빈곤층의 자립에 가장 중요하다. 둘째, 정부나 정부-위탁 기관보다 자발적인 자선단체가 궁핍한 사람들의 독립에 더 성공적이므로 복지재원을 위한 세금은 자발적인 자선단체에 기부되는 것이 좋다. 셋째, 세금으로 거둔 복지재원은 그 의도와는 달리 그 재원이 허용하는 수만큼의 이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낸다.

'고용’이라는 명분을 내건 공공사업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가끔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손실을 세금으로 메우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는 공공사업들이 정부에 의해 시행되기도 한다. 얼핏 생각하면 복지지출에 비해 일도 하게하는 좋은 정책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기업가들에게 맡겨졌더라면 수익이 나기 어려워 자원이 투입되지 않았을 통계상의 고용 증대를 염두에 둔 공공사업들도 세출구조조정의 대상이다.

이런 사업들은 수익성이 없기에 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주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투입된 세금만큼 지속가능한 고용을 만들어주었을 민간의 투자재원이 감소한다.

물론 이런 정책은 불황의 시기에 재정지출을 통해 소위 '유효수요’ 부족을 메운다는 논리로 정당화되곤 하였으나, 정책적 실험은 실패였다.4) 예를 들어, 공공사업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려했던 일본의 정책이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총수요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한 대규모 공공사업 지출은 소비자들의 필요와 동떨어진 것이어서 세금을 통한 손실보전이 필요했고 정부재정을 한층 악화시켰다.5)

정치적으로 인기는 없지만 가야할 길

세출을 조정하는 일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영국의 대처 시절에도 영국병, 혹은 복지병의 근원인 복지제도를 고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6) 그래서 MB정부가 세출 조정에 앞장선다면 그 자체가 훌륭한 정치적 결단이 될 것이다. 그 길이 올바른 길이라면 비록 정치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그 길을 가야한다.

더구나 우리사회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국민연금기금의 고갈과 정부부채의 누증이 예고되고 있다. 부채를 대신 짊어지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늙은 세대가 연금소득을 누리는 “정의롭지 못한” 국민연금제도로 인해 복지선진국에서는 신구세대 간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졌었다. 그런 불행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MB정부가 장기적 안목에서 우리의 복지지출과 공공사업을 잘 갈무리한다면 이는 MB정부의 훌륭한 업적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백 국세청장의 비과세 감축과 숨은 세원 발굴 의지 표명에 이어 MB정부 후반기에 작은 정부라는 더 큰 그림 속에서 세출과 세입을 바라보는 정책들이 제기되고 추진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이석 /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저자소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역서로 버틀러 저, 『루드비히 폰 미제스』; 하이에크 저,『노예의 길』; 보아즈 저,『자유주의로의 초대』(공역); 라스바드 저,『인간·경제·국가』(공역) 등이 있다.


1) 타인의 돈을, 그들의 진정한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 힘든 강제적인 세금 징수로 충당하는 복지지출은 수혜계층에게도 그들의 자립심을 좀먹는 등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미국에서 복지제도의 기틀이 된 제도들을 도입했던 플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조차도 복지제도가 도덕성에 미치는 악영향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경기가 회복되면 없애야할 일시적인 이전지출로 여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복지지출은 계속 증대되었다.
2) Isabel Paterson, The God of the Machine (New York: G.P. Putnam’'s Sons, 1943), pp. 248–-50. Rothbard, For a New Liberty p. 205 에서 재인용.
3) 보건복지부 관료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처분에 간여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날수록 음으로 양으로 권한이 커지는 데 반해,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없는 자립적 사람이 늘어날수록 그 권한과 예산이 작아진다. 이는 빈곤층의 자립을 도와 스스로 예산을 줄여나감으로써 존재이유를 드러내 보일 관료가 많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사회복지가 도입될 초창기에는 사회복지사들이 궁핍한 이들의 자립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고, 이를 위해 노력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립보다는 복지수혜계층을 늘리는데 주력하게 되었다고 한다.
4) 이런 정책은 불황을 전반적인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파악할 뿐, 왜 그런 전반적인 유효수요의 부족이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총수요를 늘리고자 한다. 불황은, 인위적으로 낮아진 이자율에서 비롯된 호황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수반된 현상이며, 소비자들의 시간선호와 어긋난 산업구조를 안고 있다. 예를 들자면, 지난 미국발 국제금융위기 때는 주택부문으로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들어갔다. 미국발 경제위기를 오스트리아학파의 관점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읽게 쓴 베스트셀러로는 토머스 우즈, Meltdown(『케인스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 리더스북, 2009) 참고.
5)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 Powell, B., "Explaining Japan's Recession," 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VOL. 5, NO. 2 (SUMMER 2002): 35–.50
6) 영국의 민영화 정책에 대해 복지제도의 개혁이 민영화보다 더 중요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돌파하기 어려워 대처정부가 민영화를 통해 정부가 쓸 돈을 먼저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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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선출하게 된 명분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교육민주화를 토대로 한 교육자치제도의 확립이었다. 그러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잘못 해석되어 과도 혹은 과소 적용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의 당파성과 교원의 정치적 선동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적용하고, 교육정책을 천명하는 교육감 선거에서의 정당배제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또한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이원화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방자치제의 일원화가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육감의 임면권을 시․도 지사에게 부여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도모하는 방법이다.

지난 2일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진 지방선거는 16개 광역자치단체장과 함께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 228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에다가 16개 시·도 교육감을 선출하고 또 처음으로 시도된 82명의 '교육의원’도 선출하는 대규모 선거였다. 선거 결과는 여당의 참담한 참패로, 광역단체장은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치고 기초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도 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하 관심사안인 교육감 선거에서 16명의 당선자 중 6명이 좌파 성향의 인물이다. 정치적 지방색이라는 특수성에 비추어 호남의 3명은 논외로 한다 하더라도, 서울과 경기, 강원 교육감으로 전교조 성향의 후보가 당선된 것에 대하여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좌파 교육감의 당선에 따른 우려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 글의 중점 사안이 아닌 만큼 생략하기로 한다.1)

이번 지방선거를 통하여 드러났듯이 지방교육자치제도와 관련된 몇 가지 사안을 심각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지방선거에서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동시에 선출하게 된 근거는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입법으로 마련되었다. 당시 부각되었던 이슈와 명분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교육민주화를 토대로 한 교육자치제도의 확립이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 제31조 4항에 명기된 헌법적 가치이고, 지방교육자치제도도 지방자치를 천명한 헌법적 가치여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현행 지방교육행정체제가 헌법적 가치의 구현에 필수적인 것으로서 그대로 존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는 이번 선거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세 가지 문제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하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원적 구조를 가진 지방교육행정체제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제정 이후 민주화를 표방하면서 주장하여 관철된 교육감 직선제 폐지의 고려이다.

교육감 후보의 정당공천 배제로 유권자 혼란 가중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우리가 엄정하게 준수해야 할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헌법에 명기된 가치이다. 원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구성하는 내용은 교육의 정치적 무당파성(無黨派性), 교원의 정치적 중립, 교육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교육에 대한 정치적 압력 배제, 교육의 정치에의 불간섭 등이고, 이를 실현하는 법제적 조치는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2) 한 마디로 헌법 제31조 4항으로 교육이 외부 정치세력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조항이 잘못 해석되어 지켜져야 할 부분에서는 안 지켜지고, 과도하게 적용되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는 너무 엄밀하게 적용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법원의 유죄 판결에서 보듯이 전교조 교사들의 이른바 빨치산 교육, 정당 가입 등 교사의 정치적 중립 위반의 경우가 전자이고,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출시 정당 배제 원칙을 적용한 경우가 후자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정당 공천 배제로 유권자에게 혼란을 야기한 사례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결과이다. 게다가 교육감 후보자가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교육정책이 유사한 후보자들이 난립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민의와는 상관없는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서울 교육감 당선자는 우파의 분열과 좌파의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곽노현 당선자는 34.3%를 득표했지만, 그에게 박빙의 차이로 낙선된 이원희 후보를 비롯한 보수 성향 3인의 득표율을 합치면 60%에 육박한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정당공천 배제로 보수 성향의 후보 난립에 따른 좌파 후보의 어부지리(漁父之利)가 크게 한몫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교육’은 가치 지향적 활동이어서 본질상 정치적 중립일 수 없다. 그리고 교육정책은 더더욱 정치적으로 중립일 수 없다. 교육정책의 수립과 시행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야권 교육감 후보들은 물론 야권의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후보들이 일제히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나왔다. 무상급식은 엄밀하게 보면 주요 경제수단의 국유화 문제이므로 정치적 색채가 매우 강한 이슈이다. 결코 정치적으로 중립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헌법 제31조 4항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 조항을 위배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교육의 당파성과 교원의 정치적 선동 행위를 금지하는 것에 엄격히 적용하고, 교육정책을 천명하는 교육감 선거의 정당배제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지방교육자치제의 이원화 문제

지방교육자치는 일반행정(지방자치)과 교육행정(교육자치)의 이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원적 구조의 정당성도 역시 헌법 제31조 4항에 명기된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이원화는 여러 가지 폐해를 낳는다. 이는 방대한 논의를 요구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선거에서 전교조 성향의 좌파 교육감이 당선된 서울과 경기도의 경우, 교육감과 시·도 지사간의 불협화가 이미 예견되고 있는 것은 바로 지방자치의 이원화 때문이다. 그리고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이 상반되지 않아도 행정의 효율성, 투자 대비 책무성 강화, 책임행정 구현 등의 측면에서 일원화가 모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이원화되어서 양자가 첨예하게 대립해 나타나는 문제는 많이 있다. 그 중에서 학교용지부담금 문제와 무상급식 문제를 들 수 있다. 이 경우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은 지방정부, 즉 시·도지사의 권한으로 지출된다. 그러나 시·도 지사와 교육감이 입장을 달리 할 경우,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 지방자치의 이원화 문제는 이와 같은 행정의 비효율성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교육감이 시·도 지사와 마찬가지로 직선제로 선출되는 현 상황에서는 교육감은 시·도지사 못지않은 정치세력이다. 선출된 권력의 위력은 민주화가 낳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해에 경기도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안’을 제정하여 세간에 화제가 되었을 적에 3)그 내용의 타당성 이전에 많은 이들이 수긍한 것은 권력화된 교육감의 위력 때문이다. 4)또 앞서 언급한 무상급식 시행, 검증되지 않은 평준화정책의 확대, 그리고 학력평가의 거부도 교육감의 '권력화’로 합리화될 소지가 있다. 지방자치제의 일원화가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지방자치의 일원화는 이원화의 명분인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의 확보 면에서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육부장관을 직선에 의하지 아니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해서 교육전문성이 훼손된다고 비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감의 임면권은 시·도지사에게 두는 일원화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모든 지방행정조직은 지방자치단체 장의 보조기관이라는 전제에서 교육청은 지방교육자치의 실현체로서 지방자치 단체의 일환이므로 원칙상 시·도 지사의 관할 기관으로 두자는 것이다. 이 경우 이어 살펴볼 교육감 직선제의 폐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교육자치의 일원화와 함께 이에 걸맞는 교육행정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도 요망된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맞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문제의 논거는 위에서 검토한 두 가지 사안에서 찾을 수 있다.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어차피 정치적이라는 사실은 현행 정당공천 배제 원칙과 배치된다. 따라서 직선제를 존치한다면, 교육감 후보에게 정당공천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유권자들이 선출해야 할 교육감이 누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은 정당공천 배제 원칙 때문에 빚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 직선제가 유지될 경우 현직 교육감이나 교육감 후보들은 4년 내내 교육감 재선이나 교육감 선출을 위하여 공약의 정당성이나 재정 확보는 안중에도 없이 정책공약의 방향을 유권자 비위맞추기에 둘 것이다. 그리고 교육문제가 상시로 정치쟁점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교육감 선거를 유지해야 한다면, 시·도 지사와 런닝메이트로 하는 것이 낫다. 그래야 유권자가 혼란에 빠지지 않고, 교육공약을 정당의 정책과 연계하여 검토할 기회를 갖게 한다.5)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지방교육자치 일원화 원칙에 비추어도 정당화된다.6) 이 경우는 명백하게 교육감의 임면권을 시·도지사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만약 시·도 지사에게 임면권을 준다 해도 시·도지사의 독주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임명되는 교육감 후보를 시·도의회가 청문회 등을 개최한 이후 이를 인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될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교육감 직선제가 헌법 제31조 4항에 명기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감 임명제를 모색하는 것이 현행 직선제의 폐해를 막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도모하는 방법일 것이다. 교육감을 추천하는 시·도지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치적인 명운을 걸고 신중하게 추천할 것이며, 광역의회가 주관하는 청문회 등에서 교육감 후보자를 검증할 것이다. 이런 절차들을 거치게 된다면 교육감 임명제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훼손했다고 볼 소지는 별로 없다. ■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 교육학

저자소개: 김정래 교수는 영국 University of Keele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부산교육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전교조 비평’, '서양교육사절요’, '고혹 평준화 해부' 외 다수가 있다.


1) 이에 관하여는 필자의 최근 칼럼을 참조하시오. '학부모가 막아야 할 좌파 교육감 역주행’(문화일보 포럼, 2010년 6월 4일, A39면)과 '6·2 지방선거가 교육에 남긴 것’(한국교육신문 시론, 2010년 6월 7일, 6면).
2) 헌법상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법제적 조치는 교육기본법 제6조 1항과 동 제14조 3항에 규정되어 있으며, 그 외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사립학교법 제55조 및 제58조, 교육공무원법 제44조 2항 등의 규정에 의하여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관한 내용은 졸고, '헌법 제31조 4항을 재음미하는 이유’(KERI 칼럼 220호, 한국경제연구원, 2010년 5월 18일, www.keri.org)를 참조.
3) 작년에 이를 추진한 경기교육감은 이번 선거에도 선출되어 이를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조례안’을 만든 주축이 된 인물이 이번 선거에서 서울 교육감으로 당선된 곽노현 당선자이다. 그도 역시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안을 제정 추진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다. 학생인권조례안의 성격과 폐해를 분석한 것으로 필자의 졸고, “권리이론에서 본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안 분석”(경기개발연구원 CEO Report No. 2, 2010년 1월, 경기개발연구원) 참조.
4) 예컨대 그 조례안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학생의 지위는 사회계약설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상태’의 '계약당사자’에 가깝게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학생은 문명사회에서 고안된 '제도로서의 학교’에서 '학습하는 존재’라는 본질은 실종되어 있다.
5) 런닝메이트의 경우 그 자체가 정치적 사안이므로 위헌 소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다.
6) 이번 선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여 폐지되는 교육의원 문제는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다. 교육의원 문제는 그 발상에서부터 잘못된 것이며, 그 대표성에 있어서는 위헌 소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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