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공교육을 끌어올릴 생각 아닌
질높은 교육 담보하는 외고 없애 계속 하향평준화하겠다는 것이 문제

'외국어고 폐지’라는 메가톤급 이슈로 사회가 혼란스럽다. 지난 15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외고를 자율형사립고로 전환, 외고를 사실상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외고 논란의 불을 댕겼다. 이로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구난방식의 방안들이 쏟아졌다. 외고를 특성화고, 국제고, 일반고 등으로 전환하자거나, 외고를 유지하며 선발방식을 바꾸자는 안 등이 제기됐다. 여기에 외고를 비롯한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목고 입시 설명회 모습 ⓒ네이버

정치권에서 외고 폐지를 거론한 것은 외고가 사교육 광풍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어학영재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고가 명문대 진학 전문고로 변질되면서 외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외고는 고난도 문제로 학생들을 선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교육에 매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외고 등 특목고 대비 학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학교 사교육이 전체 사교육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외고 폐지가 사교육비 문제의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외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과연 사교육비 문제가 해소될까. 이는 외고로의 경쟁이 치열한 현실 이면에 작용한 평준화된 공교육 제도를 간과한 해법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에는 20개의 과학고와 30개의 외고가 운영 중에 있다. 전국2000여 고교의 불과 2.5%밖에 되지 않는다. 특목고는 일반고에 비해 더 좋은 교육에의 질을 담보하면서 학생, 학부모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은 적으니 자연히 경쟁이 치열해지고, 어떻게든 특목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이 자연스레 성행하게 된 것이다.

좋은 학교, 좋은 대학 등을 향한 학생, 학부모의 강렬한 열망이 존재하고, 공교육은 하향평준화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상 외고가 없어진다고 해서 사교육도 같이 없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외고가 폐지되면 사람들은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대상을 좇아 다시 자립형사립고나 국제고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한 사교육은 새롭게 번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공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유학 등을 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게 되면 사교육비는 되레 증가할지 모른다.

외고를 실패한 교육 모델로 단정 지으며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다. 외고가 그동안 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며 하향평준화를 극복하고 교육 경쟁력을 높여왔던 것은 엄염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고의 존재는 국내 다른 고교들에 수월성 교육 시스템 경쟁을 유도하는 자극제 역할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외고만의 경쟁력프로그램 ⓒ조선일보

외고에서는 다른 인문계 고교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갖가지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의 능력을 성장시키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AP(대학과목 선이수제) 과정이 수도권 상당수 외고에 개설돼 있다. 또한 서울‧경기지역 외고에선 미 아이비리그에 매년 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합격시켜 외국 언론들을 놀라게 했다. 부산외고는 '교원평가’라는 단어가 쓰이기도 전인 2000년에 자체적으로 교원평가를 실시했다. 많은 외고들은 해외 명문고를 찾아 벤치마킹하고 글로벌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공교육 체계 안에서도 학생, 학부모 모두가 만족할만한 교육을 제공해왔던 것이다.

외고 폐지는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학생, 학부모를 위해서도, 하향평준화된 공교육을 끌어올리기 위한 룰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외고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편법 운영, 사교육 유발 문제 등을 개선해 나가면서 외고가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이라는 기능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한편 현재 외고는 입시전형 상에서 공교육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내 사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입학이 힘든 환경을 조성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특목고 학비 및 기타 비용도 사립대학에 버금갈 정도로 비싸다. 이에 따라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특목고 합격과 큰 상관관계를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제 도입, 또는 저소득층 자녀의 입학 비율을 확대하는 방식 등도 고려할만하다.

최근 외고들도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사교육 유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밝혔다. 대원외고는 2011학년도 입시부터 어려운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고 내신과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했고, 이화외고도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고 '내신+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하는 방안과 '내신+기본 영어실력(자격시험)’으로 바꾸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외고 스스로도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당장 외고를 폐지하는 극단의 처방을 내리기보다 외고의 자율적인 변화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외고 열풍은 외고가 평준화 제도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질 높은 교육 욕구를 충족시켜 생긴 자연스런 결과였다. 교육입안자들은 이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따라서 외고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외고와 같은 교육을 어떻게 하면 모든 공교육에 적용시켜 더 많은 학생이 경제적 능력이나 부모의 열의와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외고와 같은 학교가 더욱 늘어나고 다양하고 특색 있는 학교들이 많아져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외고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갈등요소만 없애 결과적으로는 학교의 하향평준화를 유지하겠다는 발상은 그만두었으면 한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 현수막 문구 속에 사로잡힌 투쟁사(鬪爭辭), 새로운 대안은 없어
- '아이들의 행복’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한 도구에 불과
- 격한 어조 속에 진행된 집회에 시민들 반응은 냉정해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 사립고 운영 계획을 확정ㆍ발표한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교육청 앞에서 '자율형 사립고-고교선택제 저지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날 집회에는 전교조 서울지부 외에 범국민교육연대, 서울지역 사회공공성연대회의, 고교서열화저지-교육양극화해소 서울시민추진본부, 무한경쟁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 모임 SAY NO 등의 단체에서 나온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학교서열화 중단 ▲고교 선택제 저지 ▲일제고사 폐지 ▲입시 폐지 ▲대학평준화를 주장했다.


똑같은 말만 반복, 새로운 근거 제시하지는 못해

이들은 '학교서열화 중지하라', '자사고=귀족학교'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나란히 앉아, '자율형 사립고는 가진 자만을 위해 설립되는 학교’라며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돈으로 학교를 서열화 시키려는 이명박, 공정택의 정책을 무력화 시켜야 한다’며,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을 나눠서 줄 세우는 일제고사는 올 10월에는 없애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외치며 집회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학교는 돈으로 차별할 수 없다. 교육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다'라고 내 건 현수막 속 문구만 반복할 뿐, 이렇다 할 새로운 근거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큰 동조를 얻지는 못했다.

격한 어조 속 투쟁사, 시민들 표정은 당황스러워

이 날 결의대회는 투쟁사와 응원무대, 앞으로의 투쟁계획 발표순으로 진행되었다. 진행 중간 중간 "미친 교육 중단하고 일제고사 폐지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투쟁사를 읽는 중간에 어조가 격해져 "우리의 생존권이 그들의 '아가리'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우리의 분노로 썩어빠진 관료들을 한강에 다 쳐 넣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투쟁사를 읽던 중, "돈 없으면 교육도 못 받는 나라에 살 것인가! 지나가는 시민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라고 시민들을 향해 외쳤지만 실제로 지나가던 시민들의 얼굴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전교조원들만의 축제?!

첫 번째 투쟁사에서는 자립학교 문제를 해당 학교, 그 지역 주민들의 문제로 분리하여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곧 공교육 파탄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1000명 이상이 모일 수 있는 학부모회를 조직하여 '미친 교육’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 나갈 것이라는 다짐도 했다. 이어 요즘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아이들을 차별하기 시작한다며 성적순으로 급식을 배부하는 학교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응원무대에서는 '해직교사'로 유명해진 최희연 선생님이 '오리 날다'와 '불나비'를 차례로 불렀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고, 가사를 따라 부르며 환호성을 질러 마치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교육청 앞을 지나던 대학생 김민주(24) 양은 "일방적으로 저렇게 해봤자, 주변만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아이들을 앞장세운 투쟁사

마지막 투쟁사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쓴 불만 사항을 읽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진단평가 정말 싫어요.' '시험으로 스트레스 받게 하지 마세요.' 등 27명의 아이들이 쓴 내용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는 '진단평가 물러가라!'나 '일제고사' 등 전교조원들이 사용할만한 문장과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날 행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바로 '아이들의 행복'이었다. 이들은 평등한 교육만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장과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앞장세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으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다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원하는 학교에 자유롭게 진학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날 집회에서 이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

이진주 / 대학생 객원기자

Posted by 자유기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