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은 소속 간부의 전교조 조합원 성폭력 시도를 은폐하려했으며, 조합원을 보호해야 할 전교조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무마 압력을 넣으며 타 조직을 옹호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교조의 이러한 반응은 2003년 충청남도 예산군에서 발생한 차 심부름 사건과는 너무나 다르다. 당시 전교조는 이 사건에 대해 해당 교장에게 남녀차별이라며 서면사과를 요구했다. 성폭력 사건은 차 심부름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일까? 참교육으로 위장된 전교조의 그 내면에는 도덕이나 교육 윤리는 찾을 수 없었으며 오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한 간부가 전교조 여성조합원을 성폭행하려 했으며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민주노총 다른 간부들이 나서서 피해 여성에게 침묵을 강요함으로써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 피해자 측의 설명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민주노총 간부의 부탁으로 수배 중이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경찰에 체포되자 민주노총 간부들은 이 여성에게 범인 도피의 책임을 혼자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을 해줄 것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 중 한 명은 그 여성의 집에 침입해 그녀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후 민주노총 간부들은 '명박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피해 여성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조합원보다 타 조직 보호가 우선
결국 민주노총의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민주노총은 "피해자와 (민주노총)조합원, 국민들께 반인권적·반사회적 성폭력 범죄 발생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무마 압력을 행사한 곳이 피해자가 소속된 전교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은 더 커지고 있다. 전교조는 자신의 조합원을 보호하고 피해의 진상을 앞장서서 밝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폭력을 옹호하며 문제 삼지 말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전교조는 2월 10일 돌연 자체 진상 조사도 중단했다고 한다. 전교조의 이런 태도는 조합원의 보호가 아니라 조직의 보호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이번 사건의 무마 압력을 행사한 곳이 피해자가 소속된 전교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은 더 커지고 있다. 전교조는 자신의 조합원을 보호하고 피해의 진상을 앞장서서 밝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폭력을 옹호하며 문제 삼지 말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
전교조 내부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 확인됐고 조합원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지도부에 대해 공분(公憤)이 쌓이고 있으며, 연루된 간부가 누구인지 밝히고 이 기회에 제명 등 강력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이번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민주노총은 그 사건의 진상을 밝히거나 가해자를 고발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압박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여 성추행과 강간미수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와 싸우는 조직의 상처”를 막아야한다는 명분으로 피해자를 압박한 것이다. 이런 조직의 논리에는 개인의 인권은 정치적 투쟁이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되어도 무방하다는 사고가 숨어 있다.
한 여성학자(전희경)는 "운동권에는 내부의 성폭력을 묵인·은폐·재생산하는 독특한 논리와 체계가 작동해 왔다"고 주장한다. 곧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고 묵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운동사회에서 추방하는 고유의 메커니즘이 존재해 왔다. 그녀는 운동권내에서 이런 메커니즘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① 대의를 위해 참으라는 '대의론' ② 위기에 처한 조직(운동권)을 보위(保衛)하기 위해 덮어야 한다는 '조직보위론' ③ 반대 세력이나 프락치의 음해라고 보는 '음모론'을 제시하였다(조선일보, 2009년 2월 14일).
조직의 유지에만 관심 있는 전교조
성폭력 자체가 어떤 조직의 특성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설사 조직에 속한 개인이 그 조직의 관행에 따라 성폭력을 심각한 인권 침해로 생각하지 않을 수는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그 조직의 특성과 연계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약이다. 따라서 성폭력은 개인의 야만성에서 나온 것이지 조직의 특성과 무관한 것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왜 빈번하게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어떤 조직 내부에서 그런 야만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이며, 이 처리 방식은 그 조직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 [전교조는] 자신들이 범한 과오에 대한 반성이나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없고 오직 조직의 유지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이다. |
노동 운동에 주력해야 할 민주노총이 정치 투쟁에만 집중하는 것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탈퇴한 민주노총의 한 간부의 말에 운동 단체들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는 “매년 6·15, 8·15 같은 행사에서 조합원들은 누구의 지시인지도 모른 채 친북, 반미, 반정부 구호를 외칩니다. 그래서 지도자들에게 '대북 사업만 하느냐’고 비난하면 화를 냅니다. 그런 현실이 못마땅했습니다. 그 속에서 노동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아니고,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요.”라고 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전교조는 그 이름과 달리 정치 단체로 출발하였다. '참교육’을 명분으로 내걸긴 했지만 그들의 목적은 그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국가 권력을 타도하는 것이었다. 전교조의 이러한 태도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민감한 시국 문제에 대해 항상 자신들의 강경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치 상황은 변하여 정부는 그들의 입장에 더 이상 동조하지 않았고 이제 시민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대응방식은 여전히 정치적이다. 자신들이 범한 과오에 대한 반성이나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없고 오직 조직의 유지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이다.
도덕불감증에 빠진 전교조
대의명분만 내세우는 조직에 대해 정상적인 윤리적 판단과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조직은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자신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나 반성은 마비되고, 윤리나 도덕은 내부가 아니라 오직 외부만을 향할 뿐이다.
전교조의 이번 행동은 몇 년 전에 그들이 취했던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2003년도 충청남도 예산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학교의 교장이 당시 임시직으로 근무하고 있던 여교사에게 차 심부름을 시킨 것을 남녀차별이라며 서면 사과를 요구했고, 그 교장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전교조가 그렇게 반응한 이유는] 그럴 듯한 참교육으로 위장된 (전교조의) 그 내면에는 도덕이나 교육 윤리는 찾을 수 없었으며 오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협박만이 난무했을 뿐이다. |
이번의 성폭력 사건은 차 심부름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한 사건이지만 전교조의 반응은 전혀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지난해 5주기 추모식에서 유족 대표로 나선 그 교장의 동생이 “그럴 듯한 참교육으로 위장된 (전교조의) 그 내면에는 도덕이나 교육 윤리는 찾을 수 없었으며 오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협박만이 난무했을 뿐”이라고 한 말 속에 담겨 있다.
조직원들의 충성심도 떠나고 시민들의 지지도 사라졌다. 그렇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교조가 자기 검증 기능도 갖지 못하고 외부에서 오는 경고도 무시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참교육’을 내걸고 교육 현장의 변화를 추구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은 전교조를 통해 우리 교육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지만 이제 이런 기대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교조는 그동안 행동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체성 드러난 전교조의 선택은
성실한 교사로서의 직분을 제쳐두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학생들의 장래에 해로운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고, 자신들만 옳다는 독단으로 교직 사회와 교육 현장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가해진 비판을 자기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경고를 무시하였다. 정치적 이유를 앞세워, 조직의 논리를 앞세워 조직 안의 부당한 행위를 무조건 덮으려한 전교조 집행부의 이번 행위도 순간적인 판단 착오에서 생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뿌리 깊은 조직의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조직이 자기반성과 변혁을 통해 변화하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좋은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교조는 이제 단체 밖의 시민들로부터 승인이나 인정을 얻으려는 의식적인 노력도 포기했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 밖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전교조가 궁극적으로 우리 교육에 기여하지 못하고 단지 조직의 유지에만 집중한다면, 사회적으로 존재 이유를 상실하여 '조직 유지’라는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운동 단체들은 내부 결속을 위해 대외적으로 더 강경한 투쟁 노선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닫힌 사회를 지향하는 모든 조직이 빠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 유혹이다. 만일 전교조도 이런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 변혁을 하지 않고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재해석하여 대외적인 강경 투쟁에 몰입한다면 결국 자멸하게 될 것이다. 전교조가 어느 길을 선택할지 두고 볼 일이다.■
저자소개: 신중섭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논쟁과 철학’, '전교조의 이념과 운동 비판’ 외 다수가 있다.
신중섭 /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