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0/23 서민정책의 함정
  2. 2009/09/04 조급증을 버려라



어느 순간부터 친서민이라는 말을 입에 달지 않고서는 정치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현실이 되었다. 이것은 반면, 친서민이라는 말이 정치적 수사로서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도 된다.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지지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명박 대통령조차 서민정책을 모토로 내세운 이후에는 지지율이 급격히 올랐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친서민을 자신의 정치적 좌표로 삼는 것을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정치적 방향성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다만 친서민이라는 이념적 좌표가 서민정책의 모습으로 현실에 발을 딛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정책이란 모름지기 그 대상과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서민정책의 첫 번째 문제점은 정책 목표는 분명하나 정책 대상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과연 서민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여기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서민을 재산과 소득수준으로 평가하고 인식한다. 하지만 재산과 소득수준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직업이 변변치 못하여 소득이 적은 사람도 있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적지만 열심히 일하여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서민을 나눌 때 재산을 주된 기준을 삼을지 소득을 주된 기준을 삼을지 부터가 문제다. 설사 두 가지 모두를 적당한 선에서 맞춘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재산과 소득의 분포는 계단처럼 단절된 그래프가 아닌 길게 이어진 곡선으로 표현된다. 이 곡선의 어느 부분을 잘라서, 이보다 재산이나 소득이 낮은 사람을 서민으로 부를 것인지를 합의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하는 것은 서민이라는 용어가 법적 또는 사전적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개개인마다 다른 기준에서 심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서민에 대한 법적 정의는 없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는 존재한다.(여기서 사전적 정의의 옳고 그름을 논의하는 것은 생략하자.) 서민의 사전적 정의는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즉 중산층이하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럼 우선 중산층을 정의하고 나서 서민에 대해 살펴보자.

중산층을 정의하는 방법은 다양하나 OECD기준에 따라 흔히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사람들로 본다. KDI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4인 가족 가처분 소득 기준’으로 한달 290만원이다. 즉, 145~435만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서민이란 4인가족 기준으로 소득이 145만원 이하인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는 정치적 용어로 빈곤층과 차상위계층을 의미하고 보통 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스스로를 서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들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즉 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의 속성상 서민의 범주를 확장시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인기영합적인 정책들과 막대한 재정지출이 따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정책 대상이 불분명하다는 것은 대상이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더 많은 세금을 의미할 뿐이다.

서민정책의 두 번째 문제는 그것이 필연적으로 특정집단의 특정이익을 위한 정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책은 입법을 통해 효력을 발휘한다. 법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서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을 때에 진정한 법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원칙에 위배되는 법들이 너무도 쉽게 제정된다.

이러한 입법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비정규직법이다. 잘 알듯이 이 법은 기존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입법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처지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서민정책의 미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민정책은 정부가 해줄 수 없는 것에 대한 약속들이다. 이제 정부가 솔직해져야 한다. 국가는 별로 해줄 것이 없고, 개개인의 생계와 복지는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국가는 정말 최소한의 생존이외에는 그 어떠한 것도 보장할 수 없다고 고백해야 한다.

국민들도 바로 알아야 한다. 국가가 보장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이지 행복권이 아니다. 누구나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지만 그 결과 행복해 지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각자의 책임이다. 부모조차 자기 자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하물며 국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이에크가 말한 치명적 자만의 전형이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진실로 고민해야 할 것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조건들을 확립해 주는 것이다. 하이에크가 말한 것처럼 '정부를 필요로 하는 공공재화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특수한 욕구들을 직접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들과 소규모 그룹들이 각자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유익한 기회들을 찾을 수 있는 조건들을 확립하는 것이다.’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서민이라는 용어는 우리 정치 현실의 부끄러운 이름이자, 정치인들에게는 모욕과도 같다. 정치인의 생명은 정직성이다. 자신이 하는 말의 의미를 분명히 알고 거기에 책임지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기본이다. '서민’이라는 용어를 운운하는 것은 결국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말, 지킬 수도 없는 말을 남발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부끄러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일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들은 친서민적이다. 이것은 모든 정치인들이 따뜻한 가슴을 가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친서민이라는 가면 속에 감춰진 속내는 언제나 같다. 더 이상 거기에 속아서는 안 된다. 친서민이라는 감정적이고 동정적인 용어에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서민정책의 함정에 빠지고 말 것이다.

 


Posted by 자유기업원
 

작년 하반기 우리 경제는 위험했습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경제의 위험도는 신흥시장 국가 중 거의 최하위에 가깝게 평가하면서 폴란드 수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외신들도 동참해서 한국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부는 외신에 대한 정책홍보를 강화하고 한국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 고위관리가 직접 외신을 찾아가 브리핑하기까지 하는 등 부산을 떨었습니다.

2008년 한국 경제는 64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을 이탈한 외국자본은 5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특히 작년 10월 한 달 간 한국을 빠져나간 외국자본은 1년 유출본의 절반에 해당되는 250억 달러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600원 근처까지 가던 위기상황에서 26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작게 느껴졌습니다. 그 후 미국과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맺으며 환율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외국자본의 탈출도 서서히 줄어들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8월 24일자 신문에 “외국 자본이 한국의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Foreign Funds Flow into South Korea)”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로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외신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한국에는 POSCO와 같은 우량기업이 많아서 추가로 투자할 기업을 찾고 있다(워런버핏)
-한국 정부 관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미국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한국 대기업들이 건전한 상황이어서 더블딥 가능성은 거의 없다(일본 노무라 증권)
-한국은 30개 회원국 중에서 2분기 경제 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OECD)
-삼성전자 주가가 90만원까지 오를 것(메릴린치)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모건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
한국의 주요 통계지표도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 많습니다.
-경기선행지수(앞으로의 경기를 예측)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
-경기동행지수(현재의 경기상태)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
-소비자심리지수 7년 만에 최대치
-2분기 GDP 2.3%성장, 수출 14.7% 상승, 민간소비 3.3% 증가

미국경제도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 발언이 많이 나옵니다.

-미국경제의 낙하는 끝났고,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의 성장을 예측(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미국경제의 침체속도가 확실히 약화 되고 있으며, 경제가 안정될 시 세금인상이 필요할 것(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7월 중순부터 반등을 시작했다.(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6월에 끝났을 수도 있다(골드만삭스)
-경제전문가 52명중 27명이 경기침체 7월에 끝났다고 대답(월스트리트저널)

그런데 이런 발언들은 현 상황에서 어떨까요?

-금융시스템 전반을 붕괴시킬 수 있는 '최우의 위기’는 오지 않았다(마크 파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조짐 없다(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미국경제는 7~8월이 바닥. 하지만 실업률은 장기간 상승할 것(폴 크루그먼)
-경기침체 끝나더라도 회복세는 미약. 더블딥 발생 가능성 높음(누리엘 루비니)
-경기침체 두려움은 끝났지만, 경제는 정체될 것(로버트 실러)
-미국의 실업률이 13%를 넘어설 것이다(메리디스 휘트니)
-유럽은행 2차 신용위기 경고음(윌스트리트저널)

한국경제에 관련된 부분을 좀 더 보겠습니다.

-상반기에 171조원(63%)의 재정을 조기 집행되면서 하반기에는 재정집행이 100조원(37%)에 불과. 7월까지 70%가량 소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재정지출 규모 세계 3위
-하반기 재정정책 확대 어렵고 임시투자세액공제, 노후차량교체 등의 세제혜택 연말 종료
-2009년 2분기 GDP를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수출은 7개월 째 감소세(경상수지 흑자도 불황형흑자)
*불황형흑자 :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서 발생한 흑자
-7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
-미분양 아파트 16만 가구
-단기 부동자금 800조원 추산
-증권시장 개인신용융자거래잔고 지속적 상승해서 현재 약4조 2천억원, 역대 최고수준
-국제 원자재, 석유 가격 상승, 낮아지는 환율

여기까지 보니까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누구는 좋아질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더 나빠질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통계는 경기회복을 알리고, 또 다른 통계는 경기침체를 알립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세계경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섞여있어 혼란스럽고, 한국경제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 6월 22개국 2만여명을 상대로 작년 12월, 올해 3월, 6월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자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비관적인 전망(08. 12월 70%-> 09.3월 44% -> 09.6월 27%)이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 경제는 심리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니, 우리나라 국민의 긍정적인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들떠있는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2007년 하반기 미국으로부터 출발한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서 대공황이후 최대의 위기라 불렸습니다. 현재 세계는 각 국 정부의 엄청난 재정적자와 통화발행으로 경제위기에 대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에 찬사를 보낸 윌리엄 페섹도 “아시아 경제가 회복돼 보이는 건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출, 저금리 기조 덕분이다. 특히 중국 등 각국 증시가 달아오른 것도 정부가 쏟아 부은 돈이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런 거품이 경제가 회복됐다는 환상을 심어 줘 더 체력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것과 비슷하게 한국 경제의 급속한 회복은 공격적인 재정지출의 확대와 원화가치의 하락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물론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 경제체질과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경기지표와 유력인사의 발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증권사 투자리포트 제목에 들떠서, 신문의 투자 면에 나오는 큰 제목에 들떠서 소중한 자산을 성급하게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담이지만, 증권사에서는 상승과 조정, 숨고르기를 외치지 하락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매수와 유지를 말하지, 매도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생산될 물건을 사줄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사실 우리경제의 급속한 회복은 어렵습니다. 미국, 유럽, 중국에 집중되어 있는 수출시장을 넓히지 않는다면, 혹은 집중되어 있는 시장에서 더욱 수출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수출 강국인 한국은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내수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주요 경제국의 상황에 점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들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동안의 FTA를 통해서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잠재된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 관광, 교육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개혁해서 내수를 시장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점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될 것입니다.

위기 시에는 착시 현상인지 아닌지를 경계하고, 현실을 보다 냉철하게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조급증을 버리고, 보다 내실을 다지는 행동이 우선 되어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자유기업원